작심한 곽윤기 “중국 결승 진출, 내가 꿈꿨던 금메달이 이런 것인가”

입력 2022-02-06 22:11 수정 2022-02-06 22:16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 곽윤기가 6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경기장에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대회를 앞두고 훈련을 하기 위해 링크로 들어오고 있다. 뉴시스

한국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맏형 곽윤기(고양시청)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2000m 혼성계주에서 발생한 판정 시비에 “내가 꿈꿨던 금메달의 자리가 이런 것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곽윤기는 6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공식 훈련에 참여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중국이 우승하기까지 과정을 살펴보면 억울하고 미안한 감정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대표팀과는 관계없는 판정이었지만, 우리가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만약 우리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너무나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곽윤기는 “준결승을 직접 지켜봤는데 (중국, 러시아올림픽위원회, 미국 등) 3개 팀이 실격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뒤에서 보던 네덜란드 선수들도 같은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비디오 판독이 길어지면서 ‘설마’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터치가 안 된 상황에서 그대로 경기를 진행한 것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반대로 다른 나라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결승에 오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곽윤기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중국 대표팀에 유리한 편파 판정을 예견하기도 했다. 대회 전 “동료들과 중국 선수와 바람만 스쳐도 실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로 말했다.

그는 이 발언으로 소셜미디어계정(SNS)을 통해 중국 네티즌들의 많은 욕설 메시지를 받았다. 곽윤기는 이에 관해 “그런 메시지를 받은 경험이 있다 보니 무딘 편이다. 혹시 나 말고 다른 선수들이 겪을까 봐 공개했다”고 말했다.

김선태 감독과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 기술코치가 이끄는 중국 대표팀은 전날 쇼트트랙 2000m 혼성계주 준결승에서 3위를 기록해 결승 진출이 무산되는 듯했지만, 심판 판정으로 2위로 골인한 미국이 탈락하면서 결승 진출 티켓을 얻었다.

당시 중국은 결승선까지 13바퀴를 남기고 3위로 달리다가 선수 교대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이 엉켰는데, 러시아 선수가 중국 런쯔웨이와 장위팅 사이에 끼는 상황이 발생했다. 런쯔웨이는 러시아 선수의 터치를 뒤에 있던 장위팅이 한 줄 알고 속력을 올렸다. 장위팅은 런쯔웨이의 뒤를 따라가며 터치를 시도했지만, 결국 터치 없이 그대로 경기가 진행됐다.

경기 후 심판진은 약 10분의 긴 시간 동안 비디오를 돌려봤지만 중국의 터치 과정에서 진로를 방해한 러시아에 실격을 줬을 뿐, 터치 없이 경기를 진행한 중국엔 페널티가 부여되지 않았다. 미국도 실격 처리됐다. 결승에 올라간 중국은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