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파죽지세인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해 동네 의원을 중심으로 검사·치료가 이뤄지도록 의료체계를 전환했지만 일선 의원들은 방역 전선에 참여하길 여전히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 환자 진료 건수가 줄어들면서 병원 수익이 떨어질 수 있는 데다 당국이 주문하는 24시간 재택치료 확진자 모니터링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참여 신청 의원 중 결정을 번복하는 곳도 생기면서 오미크론 대응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 A의원은 애초 오미크론 대응 의료 체계에 참여하는 병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가 지난 5일 결정을 유보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역 의사회에 전달했다. A의원은 지난달 28일 참여 신청서를 냈지만, 설연휴가 끝난 뒤 고심 끝에 보류 결정을 내렸다. 확진자가 폭증하고 기존 내원객과의 동선 분리가 불가능해 진료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A의원에는 서둘러 주문한 신속항원검사 키트까지 도착해 있었지만 포장을 뜯지 못한 상태였다. 해당 의원 원장은 6일 “확진자 수는 급증하고 있는데 아직 차단막이나 환풍 장치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처럼 작은 의원의 경우 감염 위험이 커진다”면서 “국가적 재난 상황이라고 하지만 방역당국의 충분한 시뮬레이션도, 사전 설명도 없다보니 동네 의원으로부터 공감대를 얻기 부족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동네 의원들 사이에선 수익 등 현실적인 이유도 걸림돌이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으로 지정되면 기존 환자들이 오미크론 감염을 우려해 방문을 꺼릴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서울의 B의원을 운영하는 원장은 “일반 환자는 급감할 게 뻔한데 코로나 진료만으로 수익을 보전할 수 있을지 현실적인 고민이 든다”며 “다들 눈치를 보면서 다른 병원에선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코로나19 검사·진단 중 의원 내 감염이 발생해 병원 전체가 휴업에 들어갈 경우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점도 동네 의원이 결정을 주저하는 이유가 된다.
아울러 정부가 핵심 방안으로 구상한 ‘원스톱’ 대응(검사부터 재택 치료까지 모두 맡는 체계)도 동네 의원으로서는 부담이다. 경기도 C의원은 참여 신청 뒤인 지난 3일 뒤늦게 관할 보건소로부터 문자메시지로 ‘24시간 근무’에 관한 안내를 받았다. 주말을 포함해 24시간 내내 재택 치료자 진료에도 응할 수 있느냐는 문의였지만, 의원으로서는 상당한 압박을 받는다고 한다. C의원 원장은 “동네 의원급은 대부분 의사 1명뿐이라 홀로 코로나19 진단·치료를 모두 담당하긴 어렵다”며 “비슷한 이유로 주변 5개 의원이 참여를 신청했다가 이제는 4곳이 철회를 고려하고 있을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앙 차원의 통일된 세부 지침이 없다 보니 지역 보건소엔 동네 의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경기도 한 보건소 관계자는 “문의 전화에 일일이 설명하기가 버거워 이제는 참여 신청을 받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쪽에 먼저 질의하라고 안내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