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6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이곳에 오면 언제나 그 참혹했던 순간을 잊어버리기가 어렵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후보는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 후보는 헌화 직후 노 전 대통령의 약력을 들을 때부터 눈을 질끈 감은 채 고개를 숙였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등 감정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이 안장된 너럭바위 앞으로 다가간 이 후보는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쏟아냈다. 너럭바위에 두 손을 올린 채 몸이 들썩일 정도로 흐느꼈다. 너럭바위를 한 바퀴 돌고 묵념을 마친 이 후보의 안경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이 후보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을 ‘참혹했던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특수부 검사이자 검찰총장 출신인 점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참배 직후 현장에서 가진 즉석연설에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꿈은 노무현의 꿈이었고, 문재인의 꿈이고, 그리고 저 이재명의 영원한 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와 분권, 지역균형발전이 노 전 대통령의 꿈이었는데 이재명이 그 꿈을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이후 이 후보가 봉하마을을 찾은 건 지난해 10월 이후 두 번째다. 당내 비주류로 시작해 대통령까지 당선된 노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차용해 민주당 지지층 결집을 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가치와 리더십, 이미지로 보자면 노 전 대통령만큼 크게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그런 노 전 대통령의 가치를 공유하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정치적 성장과정이 비슷한 노 전 대통령에게 정서적으로 동질감을 느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노 전 대통령과 이 후보는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다는 점과 당내 세력 없이 악전고투해서 대선 후보까지 올라왔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평가했다.
민주당도 ‘노무현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달 26일 이 후보를 ‘전투형 노무현’에 비유했다.
또 최근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한 지지자가 노 전 대통령의 목소리를 흉내내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내용의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선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민주당은 해당 영상을 삭제했고, 송 대표는 영상을 올린 실무부서에 경고 조치를 했다.
윤 후보도 이 후보에 질세라 ‘노무현 이미지 쟁탈전’에 나선 모습이다. 5일 제주 강정마을을 방문한 윤 후보는 2007년 노 전 대통령이 진보 진영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주 해군기지 건설 결정을 내렸던 것을 언급하며 울먹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정부를 수사했던 윤 후보 입장에선 역대 보수 정권 대통령 중에 롤 모델로 내세울 만한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그래서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인정받는 노 전 대통령의 가치를 앞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노 전 대통령 관련 발언에 관해 “그분의 특이한 여러 가지 행동이나 발언에 대해선 특별히 말씀을 드리지 않는 게 예의일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현수 박재현 기자, 김해=오주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