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집값 폭등에 패닉바잉… “오픈하우스가 나이트클럽 같아”

입력 2022-02-06 15:57

미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급등하는 집값과 매물 기근에 성급하게 집을 구매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충동구매로 주택 매수자 4명 중 3명이 당초 계획이나 기대와 다른 집을 샀다며 후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거의 2년 동안 주택 구매자들은 후회할 만한 상황에서 쇼핑을 해왔다”며 “가격은 치솟고 재고는 급감했으며 전국 (주택)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NYT는 팬데믹을 ‘집을 사기에 역사적으로 끔찍한 시기’로 정의했다.

소비자조사업체 WAV그룹 공동창업자 매릴린 윌슨은 오픈하우스(매수희망자가 둘러볼 수 있는 집)가 너무 붐벼 나이트클럽처럼 느낄 정도라고 NYT에 설명했다. 그는 “집을 둘러보는 데 15분 정도 걸리는데 때때로 사람들은 침실이 3개였는지 4개였는지 따위를 기억하지 못한다”며 “절망적인 상태라 원치 않는 집을 사기도 한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집에 대한 수요를 자극했다. 미국인들은 비대면 업무·수업과 홈트레이닝 등이 가능한 공간과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는 더 넓은 뒷마당을 원한다고 NYT는 설명했다. 고강도 봉쇄조치 등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결과다.

미국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기업 질로우그룹이 이날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집을 산 사람 중 75%가 자신의 선택을 한 번 이상 후회한 적 있다고 답했다.

32%는 유지·보수에 예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집을 샀고, 31%는 더 큰 집을 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1%는 주택 구매에 너무 많은 돈을 써서 삶의 우선순위가 바뀐 것 등을 후회했다.

올해 미국 주택시장은 지난 2년에 비해 나아지지 않기보다 오히려 더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가 집계하는 주택 재고는 지난해 말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질로우그룹은 지난해 20% 상승한 집값이 올해 16% 더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긴축 시기에도 주택 매수세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NYT는 “금리 인상은 일부 구매자를 시장에서 몰아낼 가능성이 있지만 임대료 상승을 피하려는 이들이나 지난해 방관자처럼 안정을 기다린 이들로 대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