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중 늑골에 거즈 넣고 봉합한 의사, 2심서 유죄

입력 2022-02-06 15:29
국민일보DB

성형수술을 받던 환자 몸에 거즈를 넣고 그대로 봉합한 혐의로 기소된 성형외과 의사가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양경승)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성형외과 의사 A씨(56)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던 A씨는 2015년 8월 태국인 B씨(36)의 코 성형수술을 하던 중 왼쪽 갈비뼈(늑골)에서 연골을 채취하다가 그 안에 거즈를 넣은 채 그대로 봉합해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수술을 마치고 태국으로 귀국한 뒤에도 왼쪽 늑골 부위가 붓고 온몸에 통증이 계속됐다. 결국 수술 2주 뒤 태국 현지 병원을 방문해 상처 부위를 국소 마취하고 고름을 뽑는 처치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B씨는 열흘 뒤 태국의 다른 병원을 방문했고, 늑골 부위에서 7x14㎝ 사이즈 거즈를 발견해 제거 수술을 받은 뒤에야 상태가 나아졌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B씨를 수술할 때 왼쪽 연늑골을 채취하는 시술을 했지만, 이 과정에서 거즈를 사용하지도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연늑골을 채취하는 시술의 샘플 동영상에서 거즈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점, B씨의 몸에서 발견된 거즈와 A씨 병원에서 사용하는 거즈의 규격이 일치하는지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원심 재판부는 “시술 과정에 A씨의 업무상 과실이 개입됐을 수도 있다는 의심은 간다”면서도 “유죄의 인정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입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거즈가 수술 과정에서 피고인의 과실로 피해자의 왼쪽 늑골 부위 내부에 방치됐고, 피고인의 과실로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며 1심을 깨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B씨 늑골 부위에 거즈가 남게 된 것이 코 성형수술을 받을 때였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이유에서다. B씨가 태국에서 방문했던 병원에서는 국소 마취를 통해 작은 피부 절개를 했기 때문에 거즈가 늑골 부위에 남게 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늑골을 채취하는 수술 동영상에서 거즈를 사용하지 않은 채 늑골 부위에서 연골을 채취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이는 피해자를 수술한 뒤 다른 환자를 수술하면서 촬영한 영상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의료과실 정도와 피해자의 상해 정도가 가볍지 않은데도 피고인은 범죄행위를 부인하면서 현재까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