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한복 입은 여성이 등장한 것과 관련해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중국 국민으로 살아가는 우리 동포들의 입장이 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막식 관련 논란이 정치권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여야 대선후보들은 개막식에 등장한 한복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강 대표는 5일 페이스북에서 “이번 사건은 중국의 반복된 역사왜곡 논란의 맥락 위에서 민감해진 사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 대표는 “중국은 한복이 한푸에서 기원했다는 식의 문화패권주의와 역사왜곡을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면서도 “우리 동포들의 입장이 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중국 국적을 갖고 중국 영토 내에서 살아가는 동포들이 엄연히 존재한다”며 “한복은 우리 것일 뿐 아니라 동포들의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다양한 민족 의상 중에 한복만 제외됐다면 동포들의 입장에서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까”라고 말했다. 이번 개막식에 중국 내 소수 민족을 소개하는 행사가 있었고 중국 내 거주하는 조선족의 민족 의상도 한복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취지다.
강 대표는 “대한민국도 점차 이주사회로 변모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주최하는 행사에서도 다양한 민족 문화가 표현될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으로 이주한 중국 동포들의 수가 적지 않지만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각종 차별과 혐오에 노출되고 있다”며 “제도적 차별을 없애고 동등한 시민으로서 대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지금 대선후보들이 해야 하는 시급한 일”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외국인 건강보험 관련 공약을 겨냥해 “정치권이 이른바 ‘조선족 혐오’를 부추기는 외국인 건강보험 논란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4일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56개 소수민족 대표자가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순서에서 한복을 입은 조선족 여성이 등장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중국이 조금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싸우자고 덤벼드는 순간 실익이 뭐가 있느냐”라고 말했다.
여야는 중국을 비판하면서 정부 대응을 촉구했다. 민주당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해프닝으로 넘기기에는 너무 중차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대한민국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규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문화를 탐하지 말라. 문화공정 반대”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고구려와 발해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럽고 찬란한 역사”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한복은 대한민국 문화”라며 “중국 당국에 말한다. 한푸가 아니라 한복이다”라고 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박병석 국회의장은 한복과 관련한 논란과 우려에 대해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에게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박 의장은 “리 상무위원장은 ‘관계부처에 한국 입장을 전달하고 한국의 관심을 고려하라고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6일 “한복이 전 세계의 인정을 받는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 중 하나라는 점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며 “중국 측에 고유한 문화에 대한 존중과 문화적 다양성에 기초한 이해 증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 전달하고 있고 이러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