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시대 오나… 3년 뒤 무신론자 줄고 기독교인 더 늘어

입력 2022-02-04 21:29 수정 2022-02-05 00:10

인구는 줄고, 교회 신뢰도는 떨어지고, 코로나 팬데믹까지…. 암울한 교회의 미래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겠지만, 전 세계 기독교 통계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3년 뒤인 2025년이면 전 세계 종교 인구가 지금보다 2억4000만명 증가하는 반면 무신론자는 330만명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기독교인(가톨릭 제외)은 5200만명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해외 선교사는 1만5000명, 성경책 발간은 700만권 더 증가할 전망이다. 종교의 시대가 도래하는 걸까.

오순절 신자, 2050년 기독교의 75% 차지
4일 미국 고든콘웰대 세계기독교연구센터의 ‘2022년 세계 기독교 현황 및 전망’자료에 따르면 ‘신을 믿는다’는 종교인의 경우, 2022년 현재 70억 5700만명으로 2000년(53억4300만명) 이후 32.1% 늘었다. 아울러 오는 2025년엔 72억 9500만명, 2050년엔 88억 8500만명으로 각각 3.4%, 25.9%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종교 중에서는 무슬림이 19억6000명으로 2000년(12억8900만명)에 비해 52.1% 늘면서 최고 증가율을 보였다.

기독교의 경우, 2000년 9억 5600만명에서 현재 13억 400만명으로 20년 만에 40% 증가율을 보였다. 2025년에는 13억 5600만명, 2050년에는 18억 16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기독교파 가운데 오순절(은사주의 계열 포함) 교단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현재 기독교 인구의 절반(6억 6700만명) 정도 차지하는데, 2050년에는 전체 기독교인의 75%에 달하는 10억 32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같은 현상은 기독교 성장세가 유럽·북미 위주의 북반구에서 아프리카와 남미를 중심으로 한 남반구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추세와 무관치 않다. 2000년부터 올해까지 남반구 기독교인 증가율은 47.6%를 기록했다. 아프리카의 경우, 82.2%였다. 반면 북반구의 기독교인 증가율은 2.9%에 그쳤다. 유럽은 1.01%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북반구의 기독교 교세가 약해진 반면 아프리카와 남미, 동아시아로 이동한 남반구 기독교가 오순절 교회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무신론자, 2050년까지 2.9%↓
기독교인 증가와 함께 선교 동력인 해외 선교사 파송과 성경 발간도 성장세다. 2000년 42만명(가톨릭 포함)이던 선교사는 현재 43만 5000명, 2025년 45만명, 2050년 60만명으로 늘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성경 발간도 2000년 5400만권에서 현재 9300만권으로 늘었다. 2025년에는 1억권, 2050년엔 1억2000만권까지 발간이 예상된다. ‘주위에 기독교인을 한명이라도 알고 있다’고 답한 비기독교인의 비율도 2000년 17.4%에서 현재 18.3%로 늘었다. 2050년에는 2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이들에게도 복음이 전해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는 얘기다. 즉 선교 여건이 나아진다는 것이다.

기독교인을 비롯한 종교인이 늘고 있는데, 비종교인은 하향 추세를 보이는 점도 눈길을 끈다. 유럽의 선진국 등 일부 특정 국가 통계에서 나타나는 비종교인(무신론자 포함)의 증가 추세와 궤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이번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비종교인은 8억 9700만명으로 2000년(8억100만명)에 비해 12.0% 늘었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2025년 8억 8900만명, 2050년 8억 5000만명으로 각각 0.9%, 5.2% 감소 추세로 예상됐다. 비종교인으로 분류되는 무신론자도 마찬가지다. 2000년 1억 4150만명이던 무신론자는 현재 1억4710만명으로 4.0% 늘었다. 하지만 3년 뒤인 2025년 1억 4380만명, 2050년 1억 4290만명으로 각각 2.2%, 2.9%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됐다.


“남반구 종교 인구, 영성 관심 늘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남반구를 중심으로 기독교를 포함한 종교 인구 증가세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 전후로 고통을 겪으면서 종교에 의지하려는 영향이 반영됐을 수도 있다. 21세기교회연구소 소장인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최근 흐름으로 볼 때 기성 종교의 공동체보다는 자유롭게 영성에만 관심을 두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종교성의 변화 차원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면서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한 세밀한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