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만으로 감동… ‘작은거인’ 이채원, 6번째 위대한 도전

입력 2022-02-05 07:05
대한체육회 제공

한국 ‘크로스컨트리 전설’ 이채원이 자신의 6번째 올림픽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한다.

이채원(41·평창군청)은 5일 중국 장자커우 지구의 국립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열리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여자 15㎞ 스키애슬론에 출전한다. 한국 선수단의 첫 올림픽 경기 일정으로 이의진(21) 한다솜(28·이상 경기도청)이 함께 출전한다.

크로스컨트리는 이른바 ‘스키 마라톤’으로 불린다. 스키를 신고 손에 폴(막대)을 쥔 채로 달리는 경기다. 눈 위에 나란히 패인 홈을 따라 스키를 앞뒤로 평행하게 움직이는 ‘클래식’과 양발을 번갈아 가며 내딛는 ‘프리스타일’ 두 가지 주법이 있다. 스키애슬론은 두 기술을 반씩 모두 사용하는 경기다.

이채원은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산증인이다. 전국 동계체육대회에서 금메달만 78개를 수집했고, 2011년에는 한국 크로스컨트리 사상 처음으로 동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다. 2017년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선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인 12위를 기록했다.

물론 현실적으로 메달 획득은 쉽지 않다. 그의 역대 최고 기록은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세운 33위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그는 목표를 30위권으로 잡았다.

하지만 이채원의 올림픽 출전 자체가 큰 의미다. 비인기종목의 설움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수십년간 스키를 타며 크로스컨트리 명맥을 이어왔다. 153㎝ 단신으로 자신보다 10㎝는 더 큰 선수들과 경쟁하며 남들이 한 발 뛸 때, 두 발 뛰며 설원을 달렸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으로 데뷔한 이채원은 그렇게 한국 역대 동·하계 올림픽 최다 출전 타이기록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이규혁(빙상), 최서우 최흥철 김현기(스키점프) 등 4명만 보유하고 있던 기록이다. 2018 평창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결심했으나,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재도전에 나서 국가대표 선발전 1위를 거머쥐었다.

이채원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홀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 선수단 결단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채원은 지난 베이징올림픽 결단식에서 “열심히 달려와보니 6번째 올림픽을 출전하게 됐다”며 “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지만 올림픽에 처음 출전했던 마음처럼 설레고 떨리기도 한다. 최선을 다해 결승선을 통과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채원의 딸 장은서양은 “훈련을 떠나는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서 투정 부리기도 했지만 힘차게 운동하는 엄마가 자랑스러웠고 한편으로는 힘들지 않을까 눈물 참기도 했다”며 “가족들과 한마음으로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