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훔쳤지?” 9세 여아 몸 뒤진 사장, 무죄 이유

입력 2022-02-04 15:47
국민일보DB

펜을 훔친 것으로 오인해 구석진 곳으로 데려가 9세 여아의 신체를 수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서점 주인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상오)는 신체수색 혐의로 기소된 A씨(37·여)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2월18일 오후 3시11분쯤 자신이 운영하는 서점에서 B양(9)의 점퍼 주머니와 조끼 주머니에 손을 넣어 뒤져 확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양이 펜을 훔친 것으로 오인한 A씨는 B양을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구석으로 데려갔다. 이후 B양에게 “내가 널 왜 불렀게”라고 물은 뒤 “폐쇄회로(CC)TV 보고 있었는데 네가 펜 훔치는 것을 봤다”고 겁을 주며 B양 몸을 뒤진 것으로 조사됐다.

서점의 펜 재고를 확인한 후 B양이 펜을 훔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한 A씨는 B양을 귀가시켰다. 이후 B양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A씨는 “피해자의 승낙 또는 정당행위로 인해 위법성이 없고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 사실에 관한 착오로 인해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의 수색행위를 적어도 묵시적으로 승낙했다고 보인다”며 “A씨가 피해자 상의 주머니를 수색한 행위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상당성, 법익의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사건 당시 피고인의 수색행위를 사회 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를 넘어서는 위법성이 있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서점에 진열된 펜을 훔쳤다고 착오한 것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 이와 같은 측면에 비춰 살펴보더라도 피고인의 행위에는 위법성이 없다”며 무죄의 이유를 설명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