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황위팅(34)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중국 유니폼을 입고 훈련해 자국에서 논란을 몰고 왔다. 스포츠에서 선수 간 유니폼 교환은 국적과 이념을 초월한 친선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최악의 양안관계에서 중국 유니폼을 입은 황위팅은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대만 언론 자유시보는 4일 “황위팅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경기장에서 중국 유니폼을 입고 훈련한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황위팅은 “오랫동안 친분을 맺은 중국 선수에게서 유니폼을 선물로 받아 입었다”며 “스포츠에 국경은 없다”고 말했다. 황위팅의 인스타그램에서 이 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황위팅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에 출전했던 대만 국가대표다. 여자 1500m에서 넘어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일어나 꼴찌로 완주해 박수를 받았다. 동계 종목에 약한 대만에서 황위팅은 투혼으로 기억되는 선수다. 4년 만에 베이징에서 생애 첫 동계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대만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자국 국기를 사용하지 못한다. 대만의 상징물로 변형한 올림픽기를 사용한다. 대만을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는 중국의 견제 탓이다. 1979년 미·중 수교를 계기로 대만은 1981년부터 국제대회에서 국호인 중화민국 대신 ‘차이니즈 타이베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하고 있다.
대만은 지난해 도쿄 하계올림픽 참가를 앞두고 ‘차이니즈 타이베이’ 대신 ‘타이완’이라는 국호로 출전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중국은 대만을 강하게 압박했고, 투표 안건은 20만여 차이로 부결됐다. 중국 유니폼을 입은 황위팅의 인스타그램 영상이 대만 여론을 자극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더욱이 황위팅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대만 선수단을 인솔하는 기수다. 대만 네티즌 사이에서 황위팅의 중국 유니폼 착복을 “스포츠에서 충분히 용납할 수 있는 일”이라고 옹호하는 의견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무력시위로 대만의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황위팅을 향한 비난 여론은 평소보다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황위팅은 “다른 대만 선수들만은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황위팅은 이날 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기수로 참가한 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1000m, 1500m에 출전할 예정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