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미분양이 지난해 12월 3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량까지 넉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면서 집값 하락의 전조 현상이 보다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다만 미분양 물량이 여전히 과거에 비교해 낮은 수준인 데다 거래량 감소가 최근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등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반론도 있어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전국 미분양 주택이 총 1만7710가구로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미분양 주택이 1만4094가구였던 전월(11월)보다 25.7% 증가했다.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9월 1만3842가구로 역대 최저 수준을 찍은 뒤 10월부터 다시 점차 증가세다. 일반적으로 미분양은 주택의 수요를 보여주는 지표로 통용된다. 미분양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주택 수요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집값의 또 다른 선행 지표인 거래량도 감소세다. 지난해 12월 전국의 주택 매매거래량은 5만3774건으로 전월 대비 19.9%, 1년 전보다는 61.7% 감소했다. 매매 거래가 감소한 것과 달리 전·월세 거래는 증가했다. 12월 전·월세 거래량은 총 21만5392건으로 전달보다 11.6%, 1년 전보다는 17.6% 늘어났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상황을 보면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시장이 상승기에서 하락기로 전환하는 단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분양이 석 달 연속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과거보다는 낮다. 집값이 급등한 뒤 조정을 거쳤던 2008년 12월과 현 정부 출범 시점(2017년 5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각각 16만5599가구, 5만6859가구로 최근보다 3~10배 많았다. 거래량 감소 역시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와 겨울철 비수기, 대선을 앞둔 관망세 등이 겹친 결과라는 해석도 많다. 3월 대선 이후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울과 수도권의 도심 정비사업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 호재가 이어지면서 집값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