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대리 처방’ 등 의혹을 두고 “공익제보자가 8개월치(통화 내역) 중에 3일치 정도를 깐 것”이라고 언급했다.
원 본부장은 3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나와 이날 이 후보가 김씨 의혹에 대해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한 것에 대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직원의 일을 문제 삼은 적 없다”며 “(전직 공무원)배모씨가 무슨 잘못이 있느냐. 시키는대로 했을 뿐인데”라고 비판했다. 전직 공무원 배씨는 전 경기도청 비서실 7급 공무원 A씨에게 김씨 관련 대리 처방 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배씨는 지난 2일 입장문을 통해 김씨의 대리 처방 의혹에 대해 자신이 복용할 목적이었다며 김씨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늦은 결혼과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로 남몰래 호르몬제를 복용했다”며 “제가 복용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약을 구하려 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나 원 본부장은 “전체가 지사(이재명 후보)와 사모님(김혜경씨)이 한 건데 무슨 직원의 일로 무슨 심려를 끼친다는 거냐”며 “완전히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이 후보와 김씨를 맹비난했다.
그는 김씨 의혹을 제보한 A씨에 대해서는 ‘공익제보자’라고 지칭하면서 “지금 8개월 동안 했던 녹취록이 하나씩 나오면서 지금 터지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갈 길이 구만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익제보자가 지금 8개월치 중에 한 3일치 정도를 깐 것”이라며 “앞으로도 8개월치의 녹취록과 캡처해놓은 것에 뭐가 있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씨가 대리처방 의혹으로 제기된 호르몬제를 실제 처방받은 전력이 있다는 JTBC 보도에 대한 발언도 이어졌다. JTBC 보도에 따르면 A씨는 “김씨가 호르몬제를 처방 받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SNS 대화 내용에 남은 김씨 처방전도 공개됐다.
원 본부장은 이를 언급하면서 “배씨가 먹었다는 그 약을 한 달 뒤에 김혜경씨가 본인이 직접 처방을 받아 6개월치를 받은 게 다시 자료가 나왔다”고 말했다.
배씨가 A씨에게 대리 처방 받은 약을 이 후보 자택 소화전 문고리에 걸어두라고 지시한 정황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당시 정황을 볼 때 배씨가 대리 처방 받은 약을 복용했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원 본부장은 “비서실 직원을 시켜 처방을 받은 다음 자기(배씨)가 먹을 약을 일부러 지사님(이 후보) 사택 소화전에다 쇼핑백으로 걸어놓고 직원에게 사진 찍어서 보고하게 한 다음 자기가 몰래 가서 그 약에 담긴 봉지를 자기가 먹었다는 얘기가 된다”며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배씨는 결혼을 2017년인가 2018년에 했다. 웨딩드레스 입은 사진까지 있다”며 “(결혼한 지)5년도 안 돼서 폐경기를 논할 입장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주변 인물 중 폐경에 대한 약을 먹어야 하는 분은 딱 한 분 밖에 없다”며 “모든 게 한 사람을 가리키고 있는데 왜 지금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냐”고 지적했다.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은 입장문을 통해 “배씨는 과거 임신을 위해 노력했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이었다”면서 “생리불순, 우울증 등 폐경 증세를 보여 결국 임신을 포기하고 치료를 위해 호르몬제를 복용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민주당은 3일 김씨 관련 의혹에 대해 경기도에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같은 날 김씨와 김씨를 수행했던 5급 사무관 배씨 등을 직권남용 및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