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를 공격하는 ‘가짜 비디오’를 만들어 유포할 계획을 세운 증거를 미국 정보당국이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3일(현지시간)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국무부와 국방부 대변인도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이런 계획을 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고 확인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 또는 친러시아 반군들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이들을 공격하는 가짜 영상을 공개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거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리주의자들이 러시아의 개입을 요청하도록 하는 구실로 삼으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영상은 폭발로 인해 시신이 흩어진 그래픽 이미지와 파괴된 장소의 장면을 보여주도록 정교하게 고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 우크라이나 군사 장비와 터키가 만든 드론, 러시아어로 말하는 조문객의 장면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 당국은 러시아 당국이 영상에 사용할 시신을 찾고 조문객 역할을 할 연기자와 논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군사 장비를 제공한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방법도 모의했다고 본다. CNN도 러시아가 연기자들을 이미 모집한 것으로 미 당국이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 당국자는 러시아 정부가 정보 당국의 도움을 받아 이 선전용 영상의 제작 계획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당국자들도 이 정보를 분석했다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구실을 계획한다는 높은 확신이 있다고 NYT에 밝혔다.
에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 국장은 이날 이 정보를 의회에도 브리핑했고, 미국은 동맹국과도 공유했다. 미 언론은 미 당국이 이 정보를 공개하면서 러시아의 계획을 무산시키고 침공 계획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MSNBC방송에 출연해 러시아가 계획대로 할지는 확실히 알지 못한다면서도 “우리가 얘기하는 것은 이것이 검토되고 있고 과거에도 군사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구실로 사용됐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이 러시아와 관련해 비슷한 주장을 대중에 공개했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 처음은 아니라면서 미국의 행동을 비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