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선 한 달 앞두고 ‘부인 악재’ 곤혹…“직원의 일” 선 긋기

입력 2022-02-04 05:26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참석해 방송에 앞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오는 3월 9일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이번에는 ‘배우자 리스크’로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를 둘러싼 논란이 여럿 불거지면서 민주당은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후보는 3일 김씨를 둘러싼 ‘과잉 의전’ 논란에 사과하면서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전날 김씨가 직접 사과한 데 이어 감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냈다. 김씨는 이날부터 호남 방문을 계획했으나 논란이 커지면서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민주당은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정책조정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문제가 있었던 것에 대해 충분히 확인하고 그것에 대해 감당을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라며 “아직까진 명확하게 진상이 밝혀진 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다는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 정무실장을 맡은 윤건영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설령 몰랐다고 하더라도 세심하게 살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고 반성할 부분은 반성해야 된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 후보는 이날 밝힌 입장문에서 이번 논란의 성격을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규정했다. 당시 경기도청 총무과 소속으로 김씨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배모씨와 경기도청 비서실 직원이었던 A씨 사이에 일어난 일일 뿐 이 후보나 김씨가 개입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로서 직원의 부당행위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지 못했고, 저의 배우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감지하고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박찬대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CBS 라디오에서 “일단은 후보와 배우자께서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배모씨와 A씨 사이 입장, 진위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진 대변인은 여의도 당사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김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경기도에 감사 청구키로 한 것이 ‘셀프 감사’가 아니냐는 지적에 “공무원이 부실 감사하면 어떻게 책임지느냐. 그런 식으로 할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논란의 초점을 돌리거나 원천 부정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KBS 라디오에서 “아휴, 김건희씨 수사부터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최민희 선대위 미디어특보단장은 TBS 라디오에서 “김혜경님이 조장했다, 사주했다, 이런 근거가 하나도 안 나왔다”며 “2021년에 10만 원짜리 10여 차례, 겨우 100만 원을 하기 위해서 김혜경 사모가 사주하고 조장했다는 스토리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여러 매체에서 김씨 관련 의혹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민주당 일각에서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반응도 나타났다. 이상민 의원은 전날 밤 TV조선 ‘강적들’ 녹화를 마친 뒤 페이스북에 “오늘 녹화하는 동안 너무 힘들었습니다. 한참 지난 지금도 뒷맛이 영 개운찮습니다. 변호하는 데도 한계가 있네요. 그리고 불편합니다”라고 적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