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특수부대의 공격을 받자 자폭한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이브라힘 알하셰미 알쿠라이시는 2019년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미군에 의해 제거되자 후계자로 지명됐다.
그전까지 알쿠라이시의 신상과 IS 내 역할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알쿠라이시라는 이름도 직위에 따른 가명으로 서방 정보기관의 추적 결과 본명은 아미르 무함마드 압둘 라흐만 알마울리 알살비로 파악됐다.
이라크 북부 탈아파르 출신으로 IS 지도부에서는 드물게 비(非)아랍계 투르크멘 가정 출신이다. 이라크 모술대학에서 샤리아법(이슬람 율법)으로 학위를 땄으며, 이라크 소수 종족인 야지디족의 대량학살과 착취를 정당화한 논리를 세웠다.
알쿠라이시는 2004년 이라크 남부에 있는 미군 기지 부카 캠프의 수용소에 구금됐을 때 알바그다디를 만났으며, 그와 함께 IS 설립을 주도했다.
그는 알바그다디와 마찬가지로 거친 전투 경험을 갖추고 IS에 절대 헌신적인 극단주의자로 평가됐다.
미국 국무부는 알바그다디가 생존해 있던 2019년 8월 알쿠라이시에게 500만 달러(약 60억 원)의 현상금을 걸었고, 이후 1000만 달러까지 증액됐다.
그는 한때 미국 대테러 당국의 정보원으로도 활동했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4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알쿠라이시는 2007년 말부터 2008년 초까지 이라크 내에 있는 테러 용의자 감금 시설에서 조사받은 적이 있었다.
보고서에는 알쿠라이시가 미군의 대테러 작전에 매우 유용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정보당국은 알쿠라이시에 대해 "신문 때마다 더 협조적이고, 조직원 정보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요 수배자의 몽타주 작성을 도왔고 이들 조직원이 애용하는 식당과 카페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조직 내 거물들의 신상을 사실 그대로 털어놨으며 이들을 수색할 방법을 지도를 그리듯 상세하게 귀띔하기도 했다.
그의 상세한 밀고를 바탕으로 미군은 당시 알카에다의 이인자이던 모로코 출신 스웨덴 국적자 아부 카스와라를 이라크 모술에서 제거할 수 있었다.
그가 미국의 정보원이었다는 사실은 IS의 수괴가 되기 전에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 그가 알바그다디의 후계자가 되자 일부 IS 지지 세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자격자라는 비판을 쏟아낸 적이 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