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단에 우리 병원 있어요?’ 검사 참여, 통보부터 한 정부

입력 2022-02-03 18:34
코로나19 진료체계 전환으로 동네병원에서도 검사·치료를 할 수 있게 된 3일 오후 서울의 한 이비인후과 의원에서 의사가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새 방역체계가 가동된 3일, 코로나19 대응 최일선에 서게 된 많은 동네 병·의원에서는 온종일 혼란 상황이 이어졌다.

정부가 이날 오전 공개한다던 참여 동네 의원 명단 공개는 늦어졌고, 좁은 병의원 대기실은 코로나19 검사와 치료를 위해 밀려 드는 이들과 다른 환자들이 뒤섞여 북새통을 이뤘다. 신속항원검사 키트가 준비되지 않아 검사를 거부하는 곳도 있었다.

서울 용산구 한 동네 의원에서는 의료진과 시민들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의료진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아직 키트가 도착하지 않아 검사할 수 없다”며 시민들을 돌려보냈다. 한 시민은 “오늘부터 검사할 수 있다고 해서 아침부터 찾아왔는데 이런 경우가 어딨냐”며 발걸음을 돌렸다.

정부는 오전 공개하려고 했던 의원 명단을 오후 12시가 다 돼서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당초 343곳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알렸지만 실제 명단에 오른 건 181곳이었다가 208곳으로 수정됐다. 한 의원 관계자는 “아직 참여 확정 여부조차 통보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앞서 계획을 발표한 정부 입장에선 신청한 의원들이 명단에 포함된다고 알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 병원에서도 검체 채취 (광주=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진료 체계가 바뀐 첫날인 3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병원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 의료진이 검사자가 떠난 후 자리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명단에 있는 의원들은 부랴부랴 신속항원검사 준비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서울 은평구 한 의원 관계자는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신청했지만 물량이 부족해 아직 배급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한 의원은 “우리는 아예 신속항원검사를 할 생각이 없다”며 참여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동네 의원에서 검사가 원활하지 못하자 일찌감치 코로나19 대응 의료기관으로 지정돼 준비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었던 호흡기전담클리닉으로 인파가 몰렸다. 이날부터 전국 호흡기전담클리닉 391곳도 신속항원검사에 들어갔다.

호흡기클리닉에선 진료 희망자와 검사 대기자가 한데 뒤섞여 있었다. 서울 관악구 한 의원에선 문을 연 오전 9시부터 시민들이 줄지어 들어섰으나 20여명의 검사 대기자들은 별도의 공간이 없어 복도에 밀접한 채 다닥다닥 서 있어야 했다. 서울 종로구 호흡기전담클리닉인 또 다른 의원도 외래 환자와 검사 대기자 30여명이 한 공간에서 대기했다.

선별진료소도 전날보다 혼잡도가 높아졌다. 서울 중구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는 검사가 시작되는 오전 9시 전 대기 인력이 이미 200명에 육박했다.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현장에서의 혼란도 여전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 대상자로 분류돼 검사소를 찾은 유모(28)씨는 엉뚱하게도 신속항원검사 대기 줄에서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검사 전 시행하는 자가문진시스템에 ‘신속항원검사 대상자’로 떴기 때문이다. 유씨는 의료진을 찾아다니며 상황을 설명한 끝에 PCR 검사를 받았다. 검사소 한 관계자는 “검사 종류가 나뉘면서 몰려드는 사람들 동선도 조정해야 하고, PCR 대상에 해당하는지 문의하는 인원도 크게 늘어나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