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원인을 둘러싸고 시공사 HDC 현대산업개발(현산)과 감리, 하청업체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구조당국은 지난 2일 26t짜리 대형 콘크리트 낙하 이후 중단한 수색작업을 32시간여 만에 재개했으나 잔해물이 많아 숨진 채 수습한 2명을 제외한 실종자 2명과 매몰자 2명 구조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3일 “붕괴사고가 난 201동은 입주 예정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철거 후 다시 짓고 나머지 7개 동은 정밀진단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처음 밝혔다.
사고원인 조사에 나선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현산과 감리, 하청업체 진술이 달라 붕괴사고 원인 규명과 과실 입증이 쉽지 않다”며 “동바리를 서둘러 철거한 이유와 역보(수벽)의 무단 설치 경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산 현장소장 등 직원 6명과 감리 3명, 하청업체 대표 2명 등 11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소환 조사 중이다.
현산 직원들은 경찰에서 붕괴가 시작된 39층 콘크리트 타설 이전 아래 3개층 동바리를 없앤 것에 대해 “하청업체가 알아서 철거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현산 현장소장 A씨는 ”발령된 지 2주 밖에 되지 않아 잘 모른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반면 하청업체 측은 “현산 직원 지시에 따라 동바리를 철거했다”고 상반된 주장을 폈다. 감리 측은 “동바리 철거를 사전에 확인하지 못했다”며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역보 무단 설치 과정에 대해서도 현산 측은 “하청업체 공법 변경을 알았지만 구조검토와 설계변경은 필요없다고 여겼다”고 진술한 데 비해 하청업체 측은 “현산과 사전 협의 과정을 모두 거쳤다”고 서로 발뺌하고 있다.
감리 측은 역보가 무단 설치되고 콘크리트 양생 공정이 2달여간 지연됐는데도 ’문제 없다’고 감리일지를 허술하게 기재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동바리 철거를 전제로 한 공법 변경과 역보 무단 설치가 구조검토를 거쳐야 하는 설계변경에 해당되는지 국토교통부에 문의한 상태다.
경찰은 현산 본사가 모든 사안을 직접 보고 받은 뒤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붕괴사고 책임규명에 본격 나선다는 방침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주도하는 붕괴건물 상층부 수색작업은 이날 오후 4시30분 구조대원들이 건물 내로 진입하면서 재개됐다. 중수본은 안전 자문단 회의와 현장 실사를 거쳐 현산 측의 붕괴 잔해물 안정화 작업후 수색 재개에 돌입했다.
붕괴건물 내 실종자 수색작업은 지난 2일 오전 8시 7분쯤 28층 서쪽 1호실에 위태롭게 걸쳐 있던 가로 4m 세로 12m짜리 대형 콘크리트가 추락하면서 안전사고 우려로 전면 중단됐다.
수색작업은 32시간여 만에 재개됐으나 앞서 매몰된 채 발견된 2명의 거리가 먼데다 기울어진 상판·구조물과 쌓인 잔해로 진입로 확보가 매우 더딘 상황이다.
이일 소방청119대응국장은 정례브리핑에서 “27층과 26층에서 발견된 실종자 2명은 동쪽 창가에 위치해 잔해가 더 많이 쌓여있다”고 말했다. 중수본은 이날 2차 붕괴 위험을 막기 위해 26층 추가 잔해와 건물을 와이어로 묶는 작업을 벌였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지난해 6월 철거건물 붕괴에 이어 지난달 11일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데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이 시장은 “대형 참사의 책임을 확실히 묻지 않으면 재발을 막을 수 없다”며 “현산에 대해 건설업 등록 말소를 포함해 법이 허용하는 가장 강력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서울시와 국토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또 “붕괴한 201동은 비전문가가 봐도 다시 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나머지 7개동 역시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지만 신뢰할만한 전문가에게 점검을 맡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