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체감지수가 1년5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지난해 말에 2개월 연속으로 개선됐던 지수가 새해 들어 큰 폭으로 추락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건설업 경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에 HDC현대산업개발과 삼표산업이 잇따라 대규모 인명사고를 일으키면서 긴장을 고조시켰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가 지난해 12월(92.5)보다 17.9포인트 하락한 74.6을 기록했다고 3일 밝혔다. 2020년 8월(73.5) 이후 최저치다. CBSI가 기준선(100)을 밑돌면 현재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CBSI는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4.5포인트, 4.1 포인트 상승했었다.
통상 1월에는 연말보다 공사 물량이 줄어 CBSI는 전월 대비 5~10포인트 하락한다. 다만 올해는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면서 예년의 1월보다 하락폭이 10포인트가량 더 발생했다. 박철한 연구위원은 “연초 공사물량이 감소하는 계절적 영향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기업심리 위축으로 지수 감소 폭이 예년보다 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보름여 앞둔 지난달 17일 HDC현산이 대형 인명사고를 일으키면서 법 시행에 대한 지지 여론이 높아졌다. 이어 법 시행 이틀만인 지난달 29일에 국내 1위 골재업체 삼표산업도 인명사고를 일으켰다. 삼표산업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는 첫 번째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한편, 다음 달 CBSI는 이달보다 22.0포인트 오른 96.6으로 전망됐다. 건설업계에선 계절적 비수기를 지나면 낙폭이 어느 정도 회복된다고 예측한다. 중대재해처벌법 ‘1호’가 되는 걸 꺼려 몸을 사렸던 업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박 연구위원은 “1월의 낙폭이 어느 정도 회복된다고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회복 여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