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3일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이집트 피라미드 방문 논란에 대해 “정말 애쓴다”고 비꼬았다.
문 대통령의 중동 3개국 순방을 수행했던 탁 비서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리는 해외 정상이 (한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우리나라 유적지나 정상 간 친교를 위한 다양한 일정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탁 비서관은 “해외 정상에게 덕수궁 관람을 제안하기도 하고 동대문 디자인프라자를 방문하기도 하며, 가능하면 우리 문화의 위상을 알리고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외 정상이 방문했을 때 우리 관광 상품의 홍보를 위해서도, 경제적인 효과를 위해서도, 양국 간의 우의를 위해서도 어떻게든 일정을 만들어 내려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탁 비서관은 “김 여사의 이집트 피라미드 방문도 같은 맥락”이라며 “이집트는 애초부터 대통령과 여사님이 함께 피라미드를 방문해주길 강력히 요청했고, 우리 역시 해외 정상의 (한국) 방문 시에 우리의 문화 유적지나 현장 방문을 늘 요청해왔던 터라 수용하려 했지만 결국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께서는 정상회담 및 K-9 자주포와 관련한 중요 일정들이 있기도 했지만, 이집트에서의 유적지 방문에 대해 어떤 음해와 곡해가 있을지 뻔히 예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집트 정부는 이제껏 국빈 방문한 해외 정상들 중에 이집트 문화의 상징인 피라미드 방문을 생략한 사례가 없다며 재고를 요청했고, 우리 정부가 고민 끝에 비공개를 전제로 김 여사만 방문하는 것으로 이집트 정부와 합의했다는 게 탁 비서관의 설명이다.
탁 비서관은 “이집트는 대통령의 피라미드 방문이 성사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며 “국빈 방문한 국가원수가 상대국의 문화 유적지를 왜 방문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여사님만 가는 것도 비공개해야 한다는 사실에 무척 의아해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이집트 정부)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없었다”며 “우리는 해외 정상의 방문 시에 어떻게든 우리의 유적지나 경제현장이나, 하다못해 청와대 투어라도 하자고 요청한다. 그런데 이집트의 요청을 거절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탁 비서관은 김 여사의 피라미드 방문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버킷리스트니 어쩌니 하는 야당의 무식한 논평이나, 양국이 합의한 비공개 일정도 호기롭게 공개하며 여사님의 피라미드 방문이 마치 못 갈 곳을 간 것처럼 호도하며 논란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는 매체들에게 전한다. 정말 애쓴다”고 비판했다.
김 여사는 지난달 19~20일 이집트 공식 방문 기간 중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기자 피라미드에 들렀다.
해당 피라미드는 수도 카이로에서 남서쪽으로 약 13㎞ 떨어진 기자시에 위치하고 있다. 문 대통령 내외가 당시 머문 호텔에서 차량으로 30분 거리였다.
관련 일정은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일정으로 문 대통령 내외가 이집트에 도착한 후 성사됐다. 김 여사의 피라미드 방문 일정은 약 1시간가량 이어졌다고 한다. 조헤이르 가라나 이집트 관광부 장관 등이 김 여사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여사의 피라미드 방문은 자국의 관광산업 촉진을 위해 이집트 측 요청으로 추진된 것”이라며 “양측 협의 아래 비공개 일정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외적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고,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국민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김 여사의 피라미드 방문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왔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