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치료를 위해 유전자 변이 검사를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자신의 유전자 변이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는 환자는 10명 중 1명이 채 안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맞춤형 치료를 위해 유전자 검사 및 결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암협회는 4일 ‘세계 암의 날(World Cancer Day)’을 맞아 국내 폐암 환자 286명을 대상으로 폐암 진단 및 치료, 지원 등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를 3일 공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폐암 환자의 정보 접근성과 폐암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아는 만큼 가까워지는 폐암 이야기(이하 아가폐)’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실시됐다.
조사에 따르면 폐암 진단 과정에서 유전자 변이 검사를 받은 환자의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61%(175명/286명)였으며, 유전자 검사가 폐암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환자도 58%(165명/286명)였다.
하지만 자신이 진단받은 유전자 변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잘 알고 있다고 답한 환자는 본인의 유전자 변이 종류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환자의 6%(8명/124명)에 불과했다.
최근 치료제가 없던 희귀 폐암 변이에서도 새로운 치료 옵션이 등장하고 있는 만큼 맞춤 치료를 위해 진단 과정에서 유전자 진단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폐암 진단 시 유전자 변이 검사를 받았다고 응답한 175명의 진단 유전자는 EGFR(45%), ALK(14%), ROS1(4%), KRAS(3%) 순으로 확인됐다.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점을 묻는 질문에는 ‘실질적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치료비 경감 제도’가 67%(191명/286명)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해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느끼는 경제적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적 부담 등 어려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주관식 문항으로 질문한 결과, ‘경제적으로 어렵다’ ‘보험급여 확대가 필요하다’ ‘약 비용이 부담된다’ 등의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어 ‘심리적으로 힘들다’ ‘미래가 불확실하다’ 등의 감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응답도 다수 확인됐다.
폐암은 2019년 기준 갑상샘암에 이어 국내에서 두번 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 됐다. 2020년 암으로 사망한 8만2204명 중 1만8673명(22.7%)이 폐암으로 사망해 사망률도 압도적으로 높다. 초기 증상이 없을 뿐 아니라 일정 수준 진행된 후에도 감기와 비슷한 기침, 가래 외에 별다른 이상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매우 어렵다.
대한암협회 노동영 회장은 “암 치료의 점진적 발전으로 기존에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던 분야에서도 새로운 희망이 등장하고 있어, 환자들 스스로도 유전자 변이 검사 등을 통해 본인의 암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고 향후 치료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