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청소년 10명 중 2명가량은 온라인 그루밍 범죄의 통로로 지목되는 오픈 채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학생 이상 여자 청소년 10명 중 1명가량은 낯선 사람으로부터 기프티콘을 받는 경험 등을 한 것으로 조사돼 전형적인 온라인 그루밍 범죄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장근영 선임연구위원 등 연구진은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현황 및 대응방안 연구’에서 지난해 6~8월 초등학교 5학년~고교 3학년 청소년 378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3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전체 청소년의 16.3%, 특히 여자 청소년의 21.7%는 익명 계정을 보유·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매체 가운데 익명계정과 오픈채팅은 익명의 불특정 다수와 만나는 대표적 통로이며, 많은 디지털 성범죄자들이 아동·피해자들을 찾아내는 통로이기도 하다.
오픈채팅 참여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비중은 19.6%에 달했으며, 오픈채팅을 해본 청소년 중 75.4%는 낯선 타인으로부터 개인톡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여자 청소년 중에는 온라인에서 모르는 이에게 이유 없이 기프티콘과 같은 선물을 받은 경험이 남자 청소년보다 많았다. 고등학교 1학년(12.4%)과 중학교 1학년(14.3%) 등 10% 안팎의 여자 중고교생은 낯선 이로부터 이런 선물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중학교 1학년 여자 청소년의 53.3%, 중2 여자 청소년의 56.3%가 이 같은 선물을 제안받았을 때 거절하지 않았다고 답하는 등 상당수가 낯선 이의 선물을 거절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채팅앱이나 SNS 등을 통해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한 후 길들여 성적으로 착취하는 온라인 그루밍 범죄는 기프티콘이나 문화상품권 같은 작은 선물을 주며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청소년들은 이에 대한 위험 인식이 높지 않은 것이다.
온라인을 통해 만난 낯선 이에게 개인정보를 알려준 경우도 많았다.
나이를 알려준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56.2%에 달했다. 이름을 알려준 경우는 37.8%, 사는 지역이나 생년월일을 알려준 경우는 4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다는 응답자 비중은 17.1%였다.
온라인 속 만남이 오프라인으로까지 이어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전체 응답 청소년의 10.2%가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을 직접 만난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 성별로 보면 여자 청소년(11.5%)이 남자 청소년(9%)보다 높았다.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가본 곳을 묻는 항목(복수 응답)에 대부분 청소년은 식당(45.1%)이나 공원(24.3%), PC방(22.9%) 같은 공공장소에서 만났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이미 초등학생 시기부터 많은 아동과 청소년들이 익명 채팅 등으로 온라인에서 낯선 이를 만나고 있으며, 특히 여자 청소년들이 이런 만남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다”며 “디지털 성범죄의 예방 교육 연령대를 최소한 초등학교 고학년 시점까지 앞당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그루밍은 협박을 동반한 성 착취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실제 만남이 없어도 그루밍 행위 자체에 대해 처벌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