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적은 친구’…바이든에 맞서는 중·러 협력 강화

입력 2022-02-03 07:05 수정 2022-02-03 07:46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외정책이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 결속이라는 난관을 만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치·경제적 유대 강화에 본격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러 협력 강화가 미국의 대중 견제 노선을 흔들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 효과도 약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 예정된 중·러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시 주석이 거의 2년 만에 국가 정상과 직접 만나는 것으로, 그 자체가 양국 간의 지정학적 우호를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과시가 될 것”이라고 2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또 “푸틴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정치적 지원 약속은 러시아를 저지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을 훼손할 수 있고, 미·중 간 경쟁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즉각적인 금융 및 무역, 경제 제재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한다면 그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은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은 4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오찬을 하고, 가스 등 15개 이상의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라며 “러시아는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가스관을 개통하는 사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또 “양측은 ‘새 시대 국제관계에 관한 공동성명’을 준비하고 있다. 안보를 포함한 국제현안에 대한 양국의 공통 견해를 반영할 것”이라며 “중국은 러시아의 안보 요구를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에반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가 명백히 서로 동맹을 맺는다면 우리가 처한 세상은 갑자기 다른 세상처럼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무력 병합 이후 미국 제재가 시작되자 중국과 4000억 달러 규모의 가스 거래를 체결하는 등 협력을 강화한 바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교역액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1470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5년 680억 달러의 2배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마리아 스네고바야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2014년 이후 러시아와 중국이 더 가까워졌다”며 “중국은 러시아의 무기, 어류, 목재의 큰 구매자이고, 원유 및 천연가스의 최대 수입국”이라고 말했다.

NYT는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가했을 때 푸틴 대통령은 투자와 무역의 대안으로 중국에 눈을 돌려 제재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미국의 압력이라는 공동의 위협에 직면하며 중국과 러시아의 무역이 성장했다”며 “중국과의 안정적인 무역은 제재의 영향으로부터 러시아를 보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는 중국에도 이점이 많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국 견제를 대외정책 최우선순위로 두고 있는데, 유럽의 안보 위기가 고조되면 국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쓰인 홍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푸틴 대통령은 중국이 러시아에 필수불가결한 것처럼, 러시아도 중국에 그렇다는 걸 알고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CNN도 “서방과의 관계 악화로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러시아의 대중국 경제 의존도를 높이고, 미국의 대중국 초점을 전환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지난해 ‘연례위협평가’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는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ONDI는 중국에 대한 위협을 설명하면서도 “중국은 러시아와 상호보완적 관심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국방 및 경제 협력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NYT는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을 국가 지도자로서 37번 만났다. 이는 다른 어떤 국가 원수보다도 많은 수치”라며 “미국이 새로운 제재로 러시아를 표적으로 삼는다면 중국은 이웃 국가를 돕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