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프레임 공격, 김건희→김혜경으로

입력 2022-02-02 21:55 수정 2022-02-03 00:1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씨가 지난달 20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지역 문화계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과잉 의전’ 의혹을 부각하며 공세를 퍼부었다. ‘국고손실 범죄’ ‘최순실’ ‘비선실세’ 등 수위 높은 발언도 등장했다. 민주당이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를 옭아맸던 ‘비선실세’ 프레임을 역으로 씌우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비선실세 이렇게 탄생”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2일 논평에서 김씨를 겨냥해 “공직자 배우자가 공과 사를 구분 못 하는 것은 치명적인 일”이라며 ”비선실세는 바로 이렇게 탄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집안일을 공무원이 맡아서 해주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는 해명을 들으니 더더욱 어처구니가 없다”고 직격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더는 주변 사람들을 희생시키며 떳떳한 척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께 무릎 꿇고 백번 사죄해도 이제는 진짜 늦었다. 이 후보 부부는 국민들로부터 심판받을 일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김씨에 대한 과잉 의전과 개인 심부름을 7급 주무관 A씨에게 지시한 인물인 배모씨를 향해서도 “모든 게 자신이 과잉 충성한 탓이라고 했지만, 단 한 구절도 수긍 가는 곳 없는 엉터리 거짓말 일색”이라며 “이런 입장문을 국민 보고 믿으라는 것인가”라고 질책했다.

최지현 수석부대변인도 구두 논평에서 김씨를 겨냥, “눈앞에 보고서도 7급 공무원의 존재를 모르는 척하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배 사무관을 사적 비서로 유용하기 위해 채용한 것 자체가 국고손실 범죄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수석부대변인은 배씨의 입장문에 대해서도 “이 후보 부부의 잘못을 덮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씨에게 “7급 공무원이 대리 처방받은 약을 배 사무관이 먹었다고 했다. 맞느냐”고 물으며 “김씨는 그 약을 먹지 않은 것인가. 약값 결제한 신용카드 내역만 공개하면 확인이 가능하다. 허위 해명을 하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쏘아붙였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본부장 페이스북 게시글 캡처

원희룡 선대본부 정책본부장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혜경씨, 친분 있다고 자리 주는 건 최순실이고, 도지사 부인 비서질은 불법입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변호사 사무실 직원으로 친분이 있다고 7급, 5급 공무원 임용까지 하고, 지사 부인의 비서라는 불법 업무를 시킨 것”이라며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 비서질 부려 먹는 시간에만 했겠죠. 노예도 상시 조력은 안 한다”고 적었다.

배씨 “과잉충성” 김혜경 “상시 조력은 아냐

‘공무원 사적 지시’ 의혹 당사자인 5급 사무관 배씨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자발적인 ‘과잉 충성’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김씨와의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하며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 것이다.

그는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 A씨에게 요구했다”며 “이 후보를 오래 알았다는 것이 벼슬이라 착각했고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상식적인 선을 넘는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의료 기록을 원치 않아 비서 이름으로 대리 처방을 시켰다는 내용에 대해선 자신이 복용할 목적이었다고도 해명했다.

배씨의 입장문이 나오고 40여분 후 김씨도 입장문을 내 “모든 것이 제 불찰”이라며 “그간 (심부름을 했던) A 비서가 고통을 받았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리다”고 밝혔다. 이어 “공과 사를 명료하게 가려야 했는데 배씨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김씨는 이 후보가 경기지사 재직 당시 5급 공무원이었던 배모씨를 통해 7급 공무원이었던 A씨에게 약 대리 처방, 음식 배달, 아들 퇴원 수속 등 사적 심부름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