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심부름’ 당사자, “누구도 시킨 적 없어”

입력 2022-02-02 18:32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부인 김혜경씨가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주일 예배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공무원 사적 지시’ 의혹 당사자인 5급 사무관 배모씨가 자발적인 ‘과잉 충성’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김씨와의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하며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 것이다. 배씨는 김씨에 대한 과잉 의전과 개인 심부름을 7급 주무관 A씨에게 지시한 인물이다.

배씨는 2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를 통해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에서 “제가 전(前) 경기도 별정직 비서 A씨에게 각종 요구를 하면서 벌어진 일들로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A씨와 국민 여러분, 경기도청 공무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면목 없게도 최근에서야 제가 A씨에게 했던 일들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돌아봤다”며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 A씨에게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후보를 오래 알았다는 것이 벼슬이라 착각했고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상식적인 선을 넘는 요구를 했다.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며 “A씨의 불만과 반발은 당연하다. 국민 여러분의 비판도 마땅한 지적”이라고 했다.

배씨와 A씨는 이 후보의 경기지사 시절 의전 업무를 위해 각각 비서실과 총무과 소속 별정직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이 후보와는 그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후보가 대선 출마를 위해 경기지사직에서 사퇴하며 두 사람 모두 퇴직한 상태다.

배씨는 관련 의혹 중 김씨가 의료 기록을 원치 않아 비서 이름으로 대리 처방을 시켰다는 내용에 대해선 자신이 복용할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늦은 결혼과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로 남몰래 호르몬제를 복용했다”며 “제가 복용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약을 구하려 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했다.

김씨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음식 포장을 A씨에게 시켰다는 등의 개인 심부름 의혹과 관련해선 “도지사 음식 배달 등 여러 심부름도 치기 어린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아무런 지시 권한이 없었고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A씨에게 부당한 요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A씨에게 사과하고 싶었지만 시도조차 당사자에게는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지 못했다. 거듭 사과드린다”며 “이밖에도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잘못이 더 있을지 모른다.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고 했다.

이어 “진행되는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 아울러 선거운동과 관련된 자원봉사 활동도 일절 하지 않으며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반성하며 살겠다”고 언급했다.

배씨는 A씨로 하여금 김씨가 먹을 약을 다른 사람 이름으로 대신 타오게 하고 이 후보 장남의 퇴원 수속을 대신 밟아주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를 놓고 국민의힘은 김씨가 공무원을 사적으로 유용했으며 문진표 대리 작성과 의약품 대리 처방은 의료법 위반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A씨에게 김씨의 자택 우편물을 받게 하고 음식 배달, 속옷·양말 정리, 김씨의 병원 문진표 대리 작성 등 개인 심부름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는 김씨의 분당 서울대병원 방문 당시 A씨가 김씨 차량의 뒤쪽이 아닌 앞쪽으로 지나갔다는 이유로 질책하면서 “내가 지금 이재명이랑 김혜경을 모시는 마음이 돼 있는지부터 좀 장착을 해라”고 해 충성심을 강요했다는 논란도 일으켰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