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기다려도 검사 못받을 수 있어요” 마감 퇴짜까지

입력 2022-02-02 18:10
코로나19 확진자 2만 명을 넘은 2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최현규 기자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시행하는 의료체계 개편을 하루 앞둔 2일 서울 선별검사소에는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귀경 후 검사를 받으려는 이들이 더해지면서 혼잡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검사소로 이동하는 ‘눈치 작전’까지 벌어졌다.

이날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임시선별검사소에는 캐리어를 끌거나 무거운 가방을 든 채 줄을 선 행렬이 이어졌다. 고속버스터미널 검사소는 오후 5시까지만 운영하는 탓에 오후 2시가 되자 관계자가 새로 줄을 선 이들에게 “3시간 넘게 기다리다 그냥 집에 돌아갈 수도 있으니 감안해서 대기해달라”고 상황을 전했다.

대기 중이던 한 시민은 옆 사람에게 “코로나 검사를 받을 거면 같이 덜 붐비는 시청으로 택시 타고 가지 않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출근하려면 회사에 음성확인서를 내야 하는데, 어디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하냐”고 묻는 이도 눈에 띄었다.

최현규 기자

월드컵공원 평화광장 임시선별검사소의 줄은 마포농수산물시장까지 200m 넘게 늘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기 마감된 인근 경기도 검사소 대기자들까지 이 곳으로 몰려들었다.

이모(60)씨는 “집에서 가까운 파주 운정 선별검사소에서 1시간을 기다리다 ‘마감됐다’는 공지에 퇴짜를 맞고 찾아왔다”며 “당장 내일 출근 때 회사에 음성 확인서를 내야 해 무조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모(37)씨는 긴 줄에 검사를 포기하고 인근 서대문구 독립문광장 선별검사소로 걸음을 옮겼다.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 선별검사소도 상황은 비슷했다. 차모(50)씨는 “오전 일찍 성북구청 검사소를 찾았다가 마감돼 정신없이 이 곳을 찾아왔다”며 “설 연휴에 가족 모임도 가졌고,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오늘까지라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시청역 선별검사소 관계자는 “여태껏 봤던 대기 줄 가운데 오늘이 가장 길다”며 “대기시간도 가늠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검사소 관계자는 “검사소 교대 근무를 하는데 PCR 검사 제한 전날이라 대기 인원이 너무 많아서 모두 출근을 했다”고 설명했다.

자가검사키트 대기 줄과 PCR 검사를 받으려던 이들이 뒤섞이는 바람에 혼란스러워하는 경우도 있었다. 월드컵공원 검사소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정모(44)씨는 “1시간 반을 기다렸는데 자가검사키트 줄이었다”며 “애초 안내를 해줬으면 시간 허비할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불평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