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평화의 제전이라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두고 대만을 향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과 대만이 정부 차원의 교류를 강화하며 밀착하자 중국은 미·중간 군사 충돌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2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중국의 최신형 전투기인 젠(J)-16D 전자전기 1대와 J-16기 3대, 조기경보기 등 총 5대 군용기가 춘제 연휴 첫날인 지난달 31일 대만 남서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 중국은 같은 달 23일과 24일에도 각각 군용기 39대, 13대를 대만 ADIZ에 투입했다.
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단배식 연설에서 대만 독립 반대, 통일 촉진 투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대국민 새해 인사 행사인 단배식에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를 직접 언급한 건 드문 일이다. 대만 언론들은 앞으로 중국의 무력 시위가 더 잦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과 대만에 대한 경고 수위도 끌어올렸다. 늑대 외교의 상징인 친강 주미 중국 대사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을 믿고 대담해진 대만이 독립의 길을 계속 간다면 미‧중이 군사적 충돌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문제를 “미·중간 가장 큰 불씨”에 비유했다. 중국 정부는 그간 대만 독립 세력에 “불장난하지 말라”는 경고를 일삼았는데 이번 미·중 군사 충돌 발언은 한층 더 과격한 표현으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당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 행동을 경고해왔으나 미국과 직접 연계시킨 건 드문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의식한 듯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음력 새해 첫 일정으로 수도 타이베이의 공중 방어를 담당하는 북부 신베이시의 패트리엇 미사일 기지를 비공개 방문했다. 대만 정부는 중국 정부가 껄끄러워하는 인권 문제도 거론했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은 최근 호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신장, 티베트, 홍콩 등에서 통제를 강화하며 태평성세처럼 보이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인권 침해에 침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은 살기 넘치는 적대감으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인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미국과 대만이 공식 교류를 점점 늘려가고 있는 데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라이칭더 대만 부총통은 최근 온두라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과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미국과 대만이 1979년 단교한 이후 양측의 정상급 지도자가 얼굴을 맞대고 대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라이 부총통은 귀국하는 길에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 화상 회의도 했다. 중국 외교부는 즉각 “중국과 대만간 어떠한 형식의 공식 왕래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