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아이파크 201동 붕괴사고 현장에서 4번째 매몰자가 발견됐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1일 오후 4시 20분쯤 26층 2호 라인에서 매몰자 발목 부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잔해물 제거와 내시경 카메라 탐색을 병행하던 중 함몰된 거실 바닥 부근에서 찾아낸 것이다.
이 매몰자는 가장 아래쪽에 위치해 수습에는 장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수본은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매몰자 발견을 곧바로 발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지난달 11일 붕괴사고 이후 전체 실종자 6명 가운데 4명이 수습되거나 매몰된 채 발견됐다. 지난달 14일 실종자 1명이 처음 숨진 채 수습된 데 이어 지난 31일 잔해더미에서 꺼낸 1명이 두 번째 사망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25일 27층 잔해에 끼여 발견된 1명은 8일째인 이날까지 구조하지 못한 상황이다. 사망 2명과 매몰자 1명, 전날 4번째로 발견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2명의 행방은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중수본은 3일 오전 안정화 조치를 위한 전문가 회의 이후 수색재개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전 8시 7분쯤에는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에서 집채만한 콘크리트 잔해물이 추락해 구조·수색작업이 중단됐다. 붕괴건물 내부에서 구조·수색작업에 나섰던 구조대원 등 150여명은 긴급 대피해 별다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추락 잔해물은 붕괴건물 28층 서쪽 옹벽에 비스듬히 걸쳐 있던 26t 무게의 대형 콘크리트 더미다. 잔해물은 굉음과 함께 건물 측면을 따라 22층까지 낙하하고 일부가 지상으로 곤두박질했다.
이로 인해 먼지구름이 피어오르면서 붕괴사고 발생 23일째 오전 매몰·실종자 수색작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119구조대원이나 현대산업개발 근로자들은 전원 탈출해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낙하사고에 대비해 사전에 8㎜ 와이어 30가닥으로 건물 본체와 결박해 놓아 콘크리트 덩어리가 외부로 낙하하지 않아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작업투입 전 안전관리자가 오전 8시4분쯤 사전점검 과정에서 건물의 삐그덕 거리는 소리와 육안으로 이상 징후를 감지해 주변 작업자를 긴급 대피시켰다”고 설명했다.
콘크리트 잔해물 사이에 끼어 있던 골조공사용 목재들이 ‘쑥’ 빠지고 추락한 직후 작업자들에게 응급상황을 전파했다는 것이다.
그는 “붕괴면에서 잔해제거에 투입된 9명과 관리자 4~5명 등 20여명이 안전한 코어(중심축)쪽으로 3~4m 긴급 대피한 뒤 거대 잔해물 추락 이전 건물을 빠져나왔다”고 붕괴직전 상황을 밝혔다.
소방당국은 24시간 수색 체제에 따라 현장에서 매몰·실종자를 찾기 위한 잔해물 제거 작업을 하던 구조대원 가운데 혹시 모를 인명피해가 있는지 확인 중이다.
이와 함께 집채만한 낙하물이 걸려 있던 28층 인근 지점의 추가 붕괴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 드론을 띄워 외벽 상태 등을 살펴보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잔해물 낙하 당시 구조대원 175명과 장비 38대, 인명구조견 4마리, 드론 4대 등을 동원한 구조·수색작업 중이었다. 대형 콘크리트 더미가 떨어진 원인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투입한 1t 굴삭기 2대 등 중장비의 가동 과정에서 발생한 충격과 진동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굉음과 함께 콘크리트 더미가 지상으로 추락하자 인근 주민들은 혹시 제2의 붕괴사고가 발생한 게 아닌지 가슴을 졸였다. 일부 주민들은 “붕괴사고가 난 201동이 아닌 화정아이파크 다른 동이 또 무너진 게 아니냐”며 놀라 집 밖으로 뛰어나오기도 했다.
수습본부는 “불안정한 건물외벽 상태를 24시간 관측하기 위해 서쪽에도 CCTV를 추가 설치하고 상가 측 도로를 전면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서쪽 구역의 지상 출입을 통제하고 붕괴건물 작업자 출입구도 서쪽에서 동쪽으로 변경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