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부작용은 기분 탓? “걱정하면 진짜 생긴다”

입력 2022-02-02 16:20 수정 2022-02-02 23:50
국민일보DB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을 강하게 의식하거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 실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 결과가 심리학계와 의학계에서 잇따라 나왔다. 백신 부작용 상당수가 불안정한 심리 상태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백신 부작용 3분의 2, ‘노세보 효과’

테드 캡트척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들이 호소한 일반적인 부작용 중 3분의 2 이상은 ‘노세보 효과’(Nocebo effect) 탓이라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이러한 분석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의학협회 ‘저널 네트워크’에 게재됐다.

노세보 효과는 병에 관심을 집중하면 피해망상으로 실제로 몸과 마음에 병이 생기는 현상을 뜻한다. 아픈 사람이 약의 효과를 의심해 약효가 떨어지는 현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플라세보(위약) 효과의 역현상이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12건을 분석한 결과 1차 접종 뒤 나타나는 일반적 부작용 중 76%와 2차 접종 후 부작용 중 52%를 노세보 효과로 진단했다. 임상시험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이 맞는 백신이 실제인지 가짜인지 모른 채 접종을 받았다. 임상시험에서 2만2578명에게는 위약을, 2만2802명에게는 백신이 투여됐다.

시험 결과 1차 접종 후 위약 그룹 참가자 35%가 두통, 피로 등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을 경험했다. 16%는 주사 부위 통증, 붓기 등 국소적인 부작용을 호소했다. 백신 접종 그룹에선 46%가 1차 접종 후 전신 부작용을 겪었고, 66%는 접종 부위 통증을 보고했다.

2차 접종에서 전신 부작용을 호소하는 비율이 위약 그룹과 백신 그룹에서 각 32%와 61%로 갈렸다. 국소 통증은 백신 그룹에서 73%, 위약 그룹에서 12%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1차 접종에서 보고된 전신 부작용 76%를 역플라세보 효과로 분석했다. 캡트척 교수는 “두통·통증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가장 흔한 부작용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다”며 “연구결과 이 같은 부작용은 일상적인 통증을 백신 부작용으로 오인하거나, 접종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신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2차 접종 후 발생한 전신 부작용 중 노세보 효과는 51.8%로 평가했다.

그는 역플라세보 효과에 대한 정보 제공을 유효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캡트척 교수는 “대부분 연구자가 환자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가급적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이건 틀린 말이다. 정직이 옳은 길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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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요인, 백신 반응에 직결

앞서 심리학계에서도 비슷한 조사 결과가 도출됐다. 미국 털리도(Toledo) 대학의 앤드루 지어스 심리학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심리적인 요인이 백신에 대한 반응에 직결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성인 551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대상자들에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공표한 코로나19 백신의 7가지 대표적인 부작용(주사 맞은 부위 통증, 열, 오한, 두통, 관절통, 오심, 피로감)을 알려주고 백신을 맞았을 때 어떨 것 같은지를 물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걱정 정도와 우울 증세 여부 등도 질문했다. 이후 3개월 사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을 추적해 실제 어떤 부작용을 경험했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그 결과 어떤 일이 발생하리라고 예측한 것이 실현되는 사회심리학적 현상인 ‘자기충족적 예언’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효과가 전혀 없는 약을 효과가 있다면서 주면 환자에 따라 실제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는 플라세보(위약) 효과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특히 주사 맞은 자리 통증, 두통, 피로감 같은 부작용의 경우 이를 예상했던 사람에게 나타날 가능성이, 예상하지 않았던 사람보다 훨씬 컸다고 설명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