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노무사, 임금체불·중대재해 형사사건 대응 못 한다”

입력 2022-02-02 15:54

공인노무사가 중대재해 사건 수사와 관련해 법률 상담을 하거나 문서를 작성해주는 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노무사가 임금체불과 관련해 고소·고발 서류를 대신 써주는 것도 현행법에 어긋난다고 봤다. 해당 업무는 노동 관계 법령을 벗어난 것으로 변호사의 직무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노무사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 무죄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공인노무사인 A씨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산업재해, 임금체불 사건 등과 관련해 75회에 걸쳐 법률 상담을 해주고 21억9605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대한 의견서를 써주고, 노동청 참고인 진술내용이나 근로감독관이 작성한 수사결과보고서를 기초로 법률 상담을 해왔다.

1·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 활동이 산업안전보건법 등 노동관계 법령에 따른 법률 상담과 문서 작성이라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설령 업무상과실치사 사건에 대해 상담을 해줬다고 해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에 관한 상담을 하면서 관련 내용이 일부 포함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산업재해 중 정도가 심한 중대재해가 발생해 근로감독관이 수사에 나섰다면 이는 형사소송법 등에 따른 절차로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노동관계 법령에 관한 내용을 넘어 수사절차에 적용되는 형사소송법 등에 관한 내용까지 상담을 하는 것은 노무사의 직무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의뢰인의 임금을 제때 주지 않은 회사 대표를 상대로 고소장을 작성해준 혐의로도 별도 기소됐다.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고소당한 사용자를 대리해 답변서를 써준 혐의(변호사법 위반)도 적용됐다.

대법원은 이러한 활동 역시 공인노무사의 직무가 아니라고 봤다. 1심과 2심은 “공인노무사가 근로자의 고소·고발에 관한 서류 작성을 대행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이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고소·고발은 형사사건에 관한 사법작용의 시발이 되는 행위”라며 “공인노무사가 수행할 수 있는 ‘노동 관계 법령에 따라 관계 기관에 대하여 행하는 신고 등의 대행 또는 대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