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설연휴 고향 안 가고 오미크론·북한 미사일 현안 대응 주력

입력 2022-02-02 12:03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31일 설 명절을 맞아 청와대에서 영상을 통해 새해 인사를 전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설 연휴에 고향인 경남 양산에 내려가지 않고 청와대에 머무르며 오미크론과 북한 미사일 등 현안 대응에 주력했다.

또 명절 기간 2조원 규모의 K-9 자주포 이집트 수출 계약이 성사되자 즉각 축하메시지를 내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과 2020년 설 연휴기간 고향인 경남 양산을 찾아 휴식을 취했다.

2018년 설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를 위해 강원도를 찾았고, 코로나 상황을 맞은 지난해 설 명절엔 관저에서 조용히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현장 의료진과 전화 통화를 하고 오미크론 철저 대응을 당부했다.

이틀 뒤인 지난달 30일에는 충북 오송에 위치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제조업체 SD 바이오센서 공장을 방문해 근무자들의 노고에 대해 격려했다. 오미크론 대응을 위해 설 연휴를 반납한 문 대통령의 첫 외부 일정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설 연휴를 앞둔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코로나19 방역·의료 상황을 점검한뒤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현장 의료진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마스크와 달리 (자가검사키트는)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전혀 사재기할 필요가 없다”며 “불법 유통이나 불공정 거래는 잠시 동안은 몰라도 일어나지 않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의료·검사체계 개편으로 고위험군만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고, 나머지 인원은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해 확진 여부를 판정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설 연휴인 30일 오전 코로나19 자가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충북 청주시 오송읍 에스디바이오센서 오송 공장을 찾아 신속항원키트생산공정 등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로 인해 자가검사키트 물량 부족 우려가 제기되자 문 대통령이 이런 국민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나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설 연휴인 30일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서울방향)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를 방문,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아 근무자들을 격려하고 직접 검사키트를 이용해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문 대통령은 연휴 기간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대응책 마련에도 관심을 쏟았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4년2개월 만에 중거리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약 1년 만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북한을 향해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안정, 외교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한 도전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새해 들어 거듭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고 ‘도발’이란 표현을 쓰지 않던 청와대가 이번엔 대응 수위를 높인 것이다. 대통령 주재 전체회의가 끝난 뒤엔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 회의가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에서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설날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문 대통령 내외의 명절 인사 영상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영상에서 “아직 넘어야 할 고개가 남아 있지만 어느덧 봄이 멀지 않았다”며 “함께 맞이할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며 끝까지 힘과 정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방역과 경제 모두에서 완전한 회복을 이룰 때까지 국민들도 함께해 달라”면서 “우리는 웅크리며 기운을 모으는 호랑이처럼 힘껏 도약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설 연휴인 30일 오전 코로나19 자가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충북 청주시 오송읍 에스디바이오센서 오송 공장을 찾아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명절 기간 들려온 방산 수출 낭보에 대해서도 격려의 뜻을 밝혔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1일 한화디펜스가 이집트 국방부와 2조원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에 최종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계약은 K-9 자주포로는 최대 규모의 수출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무기체계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당초 K-9 자주포 수출 계약은 문 대통령의 이집트 공식 방문 기간(지난달 19∼21일)에 타결될 것으로 관측됐었다.

그러나 세부 조건을 두고 양측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문 대통령은 강은호 방사청장에게 “이집트 방문 기간에 성과를 내려고 무리하지 말고 건전하게 협상에 임하라”고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설 연휴인 30일 오전 코로나19 자가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충북 청주시 오송읍 에스디바이오센서 오송 공장을 찾아 신속항원검사키트생산공정 등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한국과 이집트 간 릴레이 협상 끝에 수출 계약이 성사됐다.

문 대통령은 “계약이 이뤄지기까지 방산업체, 방사청뿐만 아니라 국방부, 합참, 육군, 국방과학연구소, 나아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은행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수출계약을 성사시켜 원팀 정신이 돋보였다”고 치하했다.

문 대통령은 연휴 마지막 날인 2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오미크론 관련 보고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