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셔츠에 백마 타고 질주…北 영상 속 김정은 [포착]

입력 2022-02-02 07:41 수정 2022-02-02 11:04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작년 한해 '성과'를 담은 새 기록영화 '위대한 승리의 해 2021년'을 방영하면서 김 위원장이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활동 영상을 편집해 제작한 기록영화에서 그가 백마를 타고 빠른 속도로 숲길을 질주하는 모습 등을 공개해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1일 ‘위대한 승리의 해 2021년’ 제목의 1시간45분짜리 새 기록영화를 공개했다.

사진은 영상 초반부에 나오는 김 위원장이 바닷가에서 백마를 타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이 영화 속에서 김 위원장은 한 손으로 말의 고삐를 잡고 혼자서 빠른 속도로 숲길을 질주하거나 백마에 오른 채 석양이 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거니는 모습 등이 담겼다. 평소 말을 즐겨 타며 승마에 매우 능숙하다는 느낌을 주는 장면들이다.

백마 타고 달리는 김정은과 '측근 4인방'. 중앙중앙TV, 연합뉴스

양지바른 개활지에서 부인 리설주 여사와 이른바 ‘최측근 3인방’인 동생 김여정 국무위원 겸 당 부부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현송월 당 부부장 등 5명이 함께 백마를 타고 달리는 장면도 포함됐다.

북한에서 백마는 김일성 주석부터 내려오는 ‘백두혈통’의 상징이다. 영상 속 김 위원장의 ‘1호 백마’만 황금색 굴레(말의 머리와 목에 고삐에 걸쳐 얽어매는 줄)를 착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말을 타는 모습은 2019년에 ‘백두산 군마 행군’ 등을 통해 공개된 바 있지만 전속력으로 달리는 장면이 공개된 건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에 공개된 기록영화는 지난해 제작된 것이지만, 지난해 북한 매체 공개 보도에서 소개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조선중앙TV는 이번 기록영화가 ‘김 위원장의 지난해 업적’을 수록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숲으로 우거진 주변 환경과 김 위원장의 옷감 두께 등을 고려할 때 지난해 늦은 봄∼초여름 사이 촬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촬영된 장소는 불분명하다. 원산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의 개인 휴양시설 내부가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2020년 4월 상업위성 사진을 근거로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로 추정되는 열차가 원산의 한 기차역에 정차해 있다면서 해당 기차역 근처에 있던 작은 활주로가 김 위원장의 취미인 승마를 위한 트랙으로 개조됐다고 보도한 바 있어서다.

이번에 공개된 기록영화에서는 지난해 김 위원장이 공개 석상에 나설 때마다 살이 빠져 건강 관련 관심을 끌었던 부분도 확연히 확인된다. 지난해 10월 국가정보원은 김 위원장 건강에 이상이 없으며 2019년 약 140㎏이었던 체중이 20㎏가량 줄었다며 그가 다이어트 중임을 확인한 바 있다.

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일 공개한 '위대한 승리의 해 2021년' 제목의 1시간 45분짜리 새 기록영화. 좌측은 영상 초반부, 우측은 후반부로 김정은 위원장의 체중이 줄어든 모습이 확연이 확인된다. 조선중앙TV화면, 연합뉴스

이번 기록영화 속에서도 김 위원장은 시간 순서대로 편집된 영상 전반부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얼굴 살이 빠지고 몸집도 줄어든 모습이다.

북한이 제작하는 기록영화는 북한의 정치이념과 목표를 주민들에게 각인시키고 실천을 독려하기 위한 대표적인 홍보 수단이다. 이번에 공개한 기록영화는 김 위원장의 1년간의 ‘성과’ 중 국방 분야에 상당 분량을 할애했다. 이 밖에 주민들의 식량난 해결을 위해 비상예비양곡 비축분이 여러 차례 동원된 점 등을 나열하며 경제난 속 김 위원장의 ‘인민헌신’ 노력을 부각하기도 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 1일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설 명절 경축공연을 관람했다고 2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 아내 리설주 여사도 동행했다. 리설주의 등장은 지난해 9월 9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이후 145일 만이다.

그는 북한 정권수립 73주년인 지난해 9월 9일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동행한 이후 두문불출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