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K9 자주포의 이집트 수출 계약이 성사됐다. 수출 규모는 2조원대로 K9 자주포 수출 사상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호주와 1조원 규모 수출 계약을 맺은 데 이어 ‘K-방산’의 경쟁력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위사업청은 1일 한화디펜스가 이집트 국방부와 현지 포병회관에서 K-9 자주포 수출 계약에 최종 서명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지난달 호주와 체결한 K9 자주포 수출금액의 약 2배인 2조원 이상이다. 이는 K9 자주포 수출 계약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아프리카 지역에 K9 자주포를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9 자주포는 2001년 터키를 시작으로 폴란드(2014년), 인도(2017년), 핀란드(2017년), 노르웨이(2017년), 에스토니아(2018년), 호주(2021년) 등에 수출했다. 이집트 수출 계약 성사로 K9 자주포를 운용하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총 9개국이 됐다.
이번 수출은 이집트와 10년이 넘는 장기간 협상을 통해 이뤄낸 성과다. 특히 정부 부처와 국내 방산업체 간 긴밀한 협업이 밑바탕이 됐다. 정부가 지난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컨트롤타워’로 설정하고 범정부 협업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면서 협상이 급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8월 이집트를 방문해 엘시시 대통령에게 K9 자주포의 우수성을 설명하고, 국방부·합참·육군·방사청·국방과학연구소의 유기적 역할분담과 협력관계를 이끌었다.
특히 이집트 육군 관계자가 K9 사격시범을 참관하기 위해 방한했을 때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이집트 측이 성능에 만족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강은호 방위사업청장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모두 다섯 차례 현지를 방문해 이집트 대통령과 국방장관 등 주요 인사를 만나 한국산 무기체계의 우수성을 홍보했다.
아울러 주이집트 대한민국 대사관은 ‘팀(Team) 코리아’의 현장 수행기관으로서 양국 정부 기관과 관련 기업과의 긴밀한 정보공유는 물론 이집트 핵심 인사들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관련 동향 파악, 고위인사 교류, 협상 진행을 지원했다고 방사청은 전했다.
당초 지난달 19~21일 문재인 대통령의 이집트 방문 기간에 K9 수출 계약이 성사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최종 계약에 이르지 못해 수출 협상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엘시시 대통령은 공식회담 중에 K9 자주포 도입과 관련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며 “문 대통령 귀국 후에도 업체 및 정부 대표단 중 일부가 현지에 남아 협상을 지속했고, 우리 측에서 추가 양보 없이 제시한 최종안을 이집트 측에서 수용하면서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열린 수출 계약식에서는 ‘한-이집트 국방연구개발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도 함께 체결됐다. K9 자주포뿐만 아니라 향후 이집트와의 다양한 방산 분야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강 청장은 “이번 K9 자주포 수출은 단순히 무기체계를 사고파는 것을 넘어 기술 협력, 현지화 생산 협력 및 범정부적 협력을 통해 이룬 성과”라며 “한국과 이집트는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