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국가 엘살바도르는 법정통화로 채택한 암호화폐(가상화폐) 비트코인의 최근 약세장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법정통화로서 비트코인을 포기하지 않았다.
AFP통신은 1일(한국시간)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을 취소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IMF는 “재정 안정성·건전성, 소비자 보호 등에 큰 위험이 있다”며 엘살바도르 정부에 비트코인에 대한 법정통화 채택 취소를 요구했다.
엘살바도르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국가다. 엘살바도르에서 현재 유통되는 통화는 미국 달러화와 비트코인뿐이다. 문제는 비트코인의 강한 변동성으로 급변하는 엘살바도르 물가에 있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건 지난해 9월. 당시 비트코인은 4만4000달러(약 5320만원) 선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이로부터 2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8일 6만8000달러를 찍고 사상 최고가에 도달했다. 당시 한국에선 8200만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가치는 그 이후 하락세로 전환됐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3시50분 현재 미국 가상화폐 시가총액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3만8331달러(약 4634만원)를 가리켰다. 같은 날 마감된 미국 뉴욕 증권시장의 반등으로 24시간 전보다 3.57% 상승했지만 여전히 4만 달러에 도달하지 못했다. 같은 시간 국내에선 4700만원을 웃도는 금액에 거래되고 있다. 한때 반토막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 가격이 그나마 중국 정부의 거래 금지로 ‘춘절 폭락’ 없이 소폭 상승한 건 유일한 위안거리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비트코인은 지난해 9월 6일 자국 정부 기금으로 비트코인 200개를 매수했다.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했던 시기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그 이후에도 매수세를 이어갔다.
정확한 수량과 평균 단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엘살바도르 정부가 1391개의 비트코인을 사들인 것으로 추정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해 물가에 미친 영향과는 별개로, 매수에 따른 손실액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엘살바도르에선 이에 따른 반정부 시위도 벌어졌다.
하지만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이제 비트코인을 ‘경제 주권’으로 여기고 있다.
알레한드로 셀라야 엘살바도르 재무장관은 이날 자국 방송에서 “어느 다자간 기구도 한 국가에 정책을 강요할 수 없다. 국가는 주권을 가졌고, 공공 정책에 대한 자주적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셀라야 장관은 오는 3월 중 비트코인 채권을 발행할 계획을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