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개막 D-3, 우려 속 열릴 베이징올림픽 현장은

입력 2022-02-01 12:58 수정 2022-02-01 15:35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 본진이 중국에 도착한 3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선수단과 취재진이 입국 절차를 밟고 있다. 베이징=권현구 기자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이 겨울 제전 2022 동계올림픽 개막을 3일 앞두고 준비에 한창이다. 국민일보는 지난 31일 베이징 현장에 도착했다. 축제 분위기보다는 코로나19 전파 통제로 인한 삼엄함이 현장에 더 짙었다. 공항에서 기자단 숙소에 도착하기까지의 하루를 정리했다.

인천에서 베이징까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 본진이 31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하고 있다. 인천=권현구 기자

베이징행 대한항공 전세기에 탑승한 31일은 국가대표 선수단 마지막 일행도 함께였다. 오전 6시쯤부터 공항에 모여들기 시작한 선수단, 대한체육회와 빙상경기연맹 관계자 및 기자단은 출정식 행사 뒤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출국 전 전용카운터가 따로 열린 것 외에 특별히 출발 과정 중 다른 출국과 다른 점은 없었다. 기자단은 전용카운터로 마련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카운터에서 수하물을 부쳤다.

승무원들은 유니폼 위에 간이 방호복을 입었다. 선별진료소 의료인력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가는 도중 기내식이 나왔지만 승객 중 일부는 거절했다. 코로나19 전파를 우려하는 듯했다. 전용기는 2시간 35분 동안 날아 현지시간 11시 30분쯤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PEK)에 착륙했다. 인천공항보다도 유독 더 휑한 공간 탓에 전체적인 분위기가 잿빛으로 보였다.

착륙 뒤 안전벨트를 풀라는 신호가 울렸다. 함께 짐을 내리는 승객들 머리 위로 기내방송이 나왔다. 일단 앉아있으라는 안내였다. 입국 과정에 문제가 생겼나 하는 생각에 사람들이 웅성댔다. 5분여가 지난 뒤 공항당국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으니 더 대기해달라는 방송이 다시 나왔다. 10여분이 더 흐른 뒤에야 일행이 모두 내릴 수 있었다.

공항 내부는 자원봉사자와 경비인력 외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짐을 끌고 나오자 먼저 사람 키보다 좀 더 큰 기계에서 전용 QR코드를 발급받으라는 안내가 내려왔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자 방호복을 입은 자원봉사자가 다가와 지우라고 요구했다. 그는 사진을 지우는 걸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물러섰다. 기계에서 QR코드를 발급받은 뒤 일행은 안내를 따라 PCR 검사장에 들어섰다.

삼엄한 공항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 본진이 중국에 도착한 3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선수단과 취재진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베이징=권현구 기자

검사를 맡은 직원은 목과 콧구멍 한쪽에 면봉을 한 번씩 넣어 검체를 채취했다. 한국에서보다 훨씬 엄격한 검사였다. 먼저 목에 면봉을 넣었을 때는 너무 깊숙이 집어넣은데다 3~4초 이상을 비벼대 헛구역질이 나왔다. 코에 면봉을 넣는다며 마스크를 내리라는 지시에 한숨을 쉬자 직원이 마스크 뒤로 미안하다는 듯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검사를 마친 일행 사이로 “코 뚫리는 줄 알았다”는 불평이 들렸다.

검사를 마치고서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자 검색대가 나왔다. 급하게 임시로 마련한 듯 하얗게 분진이 쌓여있었다. 이어 등장한 임시 카운터에 앉은 직원은 한국에서 가져온 대회 출입증을 확인한 뒤 출입증을 목에 걸 수 있는 끈을 나눠줬다. 앞서 만난 직원들보다는 영어가 훨씬 유창해 보였다. “씨엔니엔하오(新年好)”라고 한국에서 외워온 새해 인사를 건네자 그 역시 같은 답을 해줬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 본진이 중국에 도착한 3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선수단과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베이징=권현구 기자

모든 절차를 마친 뒤에도 기다림은 이어졌다. 숙소로 가는 순환 버스가 오지 않았으니 일단 기다리라는 안내였다. 벤치에서 40여분을 기다리고 있으니 한 직원이 다가와 “옌칭, 장자커우”라고 외쳤다. 해당 지역 숙소에 있는 사람들을 태울 버스가 왔다는 안내였다. 국민일보가 묵는 숙소 지역은 맨 마지막에야 불렸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 본진이 중국에 도착한 3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 활주로에서 선수단과 취재진이 수하물을 찾고 있다. 베이징=권현구 기자

안내를 따라 내려가니 전세기에 실어온 짐들이 모여있었다. 일반적으로 공항에서 거치는 수하물 찾는 절차가 아니었다. 다행히 한눈에 짐을 찾았지만 버스가 오기까진 그 뒤로도 20여분이 더 걸렸다. 공항에 발을 딛고서 약 두 시간이 지나서였다. 이십대 정도로 짐작되는, 안내하는 직원들의 방호복 등 뒤에 ‘HAPPY NEW YEAR’라고 유성매직 필기구로 다소 거칠게 적혀있었다.

버스에 올라 창밖을 내다보자 안내를 맡았던 직원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듯 열을 맞춰 모여있는 게 보였다. 저들도 우리와 비슷하구나 싶어 미소를 지으려는 찰나, 마치 군대에서처럼 함께 무슨 구호를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구호 외치기는 몇 차례나 반복됐다. 단순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량이 숙소에 도착한 건 오후 3시가 훌쩍 지나서였다.

숙소에서

베이징=조효석 기자

국민일보가 묵는 ‘베이징 푸지안 호텔(Beijing Fujian Hotel)’의 중국 이름은 ‘북경복건대하(北京福建大廈)’다. 4성 호텔로 분류되기는 했지만 중국에서 숙소를 부르는 이름 중 하나인 ‘대하(大廈)’는 ‘반점(饭店)’이나 ‘주점(酒店)’보다는 급이 한 단계 떨어진다. 애초에 코로나19를 이유로 무작위 배정된 숙소라 달리 항의할 길도 없다.

다행히 숙소 내부는 걱정만큼 경직된 분위기는 아니었다. 먼저 도착한 기자단 보도에 따르면 직원들과 대면 접촉이나 대화 자체가 어렵다 했지만 숙소마다 차이가 있는 모양이었다. 내부 직원과 경비 인력은 말을 걸면 짧은 영어로나마 친절하게 답해줬다. 다만 내부 시설은 꽤 낙후되어 있었다. 욕실 욕조에 달린 손잡이는 잡자마자 녹과 함께 벽에서 떨어져 나왔다.

베이징=조효석 기자

호텔은 2~3m 높이의 녹색 임시 벽으로 둘러싸였다. 허가된 차량이 아니면 출입 자체가 허락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약 20분 단위로 운영하는 셔틀 버스와 대회 전용 택시만 녹색 벽을 드나들 수 있다. 다행히 호텔 내부에 편의점이 있지만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편의점의 모습과는 차이가 심하다. 호텔 카운터에 의무적으로 5000위안(약 95만원) 보증금을 맡기고 물건을 살 때마다 보증금에서 깎는 식이다. 갖춘 품목도 어림잡아 30~40개 수준으로 턱없이 적다.

선수단의 하루

왼쪽부터 쇼트트랙 김아랑, 곽윤기, 윤홍근 선수단장, 이영석 쇼트트랙 코치, 유인탁 선수단 부단장. 대한체육회 제공

이날 도착한 일행과 함께 완전체가 된 대한민국 선수단은 오전부터 쇼트트랙과 스피드,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루지, 봅슬레이, 스켈레톤 등이 훈련을 계속한다. 선수촌에서 선수들은 1인 1실을 배정받아 개인마다 수건 2개를 이틀에 한 번씩 받고 침대커버와 베개 커버는 나흘마다 교체 받는다. 선수마다 옷장 1개, 옷걸이 10개가 주어지고 빨래 건조대도 하나씩 주어진다. 물론 기자단은 선수촌 출입이 금지된다.

대한체육회 제공

선수촌 건물 내부 ‘레지던트센터’에서는 직접 세탁을 할 수 있다. 세탁물을 접수한 뒤 스티커를 받고, 세탁을 마친 뒤 재방문해 건조기를 작동한다. 스티커를 제출하면 건조한 세탁물을 받는다. 선수단 간 코로나19 전파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이외 선수촌 내부 ‘빌리지 플라자’에는 기념품 가게와 편의점, 우체국 서비스와 미용실, 드라이클리닝이 유료 제공된다. 무료 패스트푸드, 문화체험 공간과 현금인출기(ATM)도 마련되어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24시간 운영되는 선수식당에는 양식과 중식 이외 기타 아시아 음식, 피자와 파스타, 할랄 음식이 나온다. 식당 출입 시 가방은 별도 보관해야 하며 질병 전파 등을 막기 위해 음식물은 외부 반출이 금지된다. 다만 경기장과 훈련장에는 별도로 음료와 요거트, 과일과 에너지바, 수프 등이 제공된다. 선수촌 내에는 개인 훈련할 수 있는 피트니스센터와 VR(현실증강) 게임 등을 할 수 있는 레크레이션센터가 있다.

베이징=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