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사법시험 제도의 일부 부활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대선 정국의 새로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 로스쿨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해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법조인이 되는 길을 다양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냥 ‘사시 부활’ 이렇게만 주장해서 풀릴 문제는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지난 31일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정부는 청년을 위한 3대 공정정책으로 계층이동 사다리를 확실히 보장하겠다”며 사시 부활, 정시 확대, 공정 채용 등 ‘청년 공정정책’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사시 일부 부활’을 언급하면서 “로스쿨과 병행해 예외적으로 학력 제한 없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검정고시 출신으로 법대에 진학해 사법고시를 통해 법조인이 됐다. 그는 기존에도 사시를 일부 부활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공식 공약으로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후보는 2017년 대선 때도 사시 존치 입장을 밝히며 당시 경선 경쟁자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입장차를 보였다. 당시는 사시가 완전히 폐지되기 전 시점이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인제 와서 사시 부활보다는 로스쿨 제도를 발전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한 반면, 이 후보는 “젊은이에게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사법시험 존치로 입장을 전환하길 요청한다”고 맞섰다.
윤 후보는 사시 부활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는 사시 부활 대신 현재 운영 중인 로스쿨 제도를 보완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윤 후보는 이날 경기도 안양소방서의 소방관들을 격려 방문한 뒤 취재진에게 “법조인이 되는 길은 다양하게 만들 필요가 있지만, 그냥 ‘사시 부활’ 이렇게만 주장해서 풀릴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있는 제도를 갖고 잘 설계해야 한다”며 “로스쿨의 경우 등록금 등 공부하는데 드는 비용이 많다.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분들의 기회 보장을 위해서 장학금 등을 대폭 지원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로스쿨에서 1년에 2000명 이상씩 법조인 배출이 된다”며 이 후보가 사시 부활을 주장하려면 어느 정도 규모로 합격자를 배출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로스쿨을 유지하는 동시에 변호사가 될 수 있는 또 다른 제도를 만들어 사실상 사시 부활과 같은 효과를 내겠다는 청년정책 공약을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로스쿨 졸업생에 준하는 자격을 갖췄는지 검증할 시험을 만들어 로스쿨을 가지 않아도 변호사시험을 응시할 자격을 준다는 게 골자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이 후보의 ‘사시 일부 부활’ 공약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노무현 정부의 계승을 자처하는 이재명 후보가 노무현 정부 사법 개혁의 핵심인 사시 폐지를 번복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시 부활론은 한 마디로 표를 의식한 전형적인 표퓰리즘일 뿐”이라며 “이 후보가 사시에 합격했던 1980년대를 부활시키면 청년에게 공정한 세상이 다시 올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엄청난 착각”이라고 성토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