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설에 안녕하십니까… “괜찮은 일거리가 없어”

입력 2022-02-01 06:00

‘설 연휴 전 노인 직접 일자리 사업 50만명 채용’. 정부가 설 민생 안정 대책에서 중점 과제로 내세운 목표치다. 그간 정부의 고용 목표는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할 뿐 일자리의 질에는 관심이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내건 목표는 숫자였다. 노인 공공 일자리의 대부분은 저임금 단시간 근로다. 정부가 노년층의 안정적인 소득 보장과 같은 복지 정책에 대한 고민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노인 일자리는 약 48만명 채용을 완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 집계한 수치라 연휴 이후 일자리까지 더하면 목표치인 50만명은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노인 일자리는 주로 노노(老老)케어, 경로당 방역 소독, 지역 아동 센터 보조 업무 등이다. 사업별로 월 기본급 25만~60만원이 지급되고, 근무 기간은 10~11개월 정도다.

복지부 관계자는 “예산 집행 시점 때문에 겨울에 일자리 공급이 중단되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1월에 집중적으로 채용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연간 84만5000개 일자리 공급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자리가 없는 노인에게 정부의 노인 일자리 공급은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한 달에 30시간 또는 60시간씩 주어지는 일자리가 안정적인 소득 기반이 되긴 어렵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률은 34.1%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용의 질은 개선됐다고 보기 힘들다. 단순 노무 종사자와 농림·어업 숙련종사자의 비중이 높고, 관리자·전문가와 사무 종사자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가구의 지난해 근로소득은 1782만원에 그쳤다. 65세 이상 가구로 한정하면 근로소득은 1064만원으로 더 줄어든다. 노인 가구는 전체 소득에서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41.5%로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가장 낮다.

2019년 기준 한국의 66세 이상 인구 중 가처분소득이 전체 인구의 중위 소득 50%에 미치지 못하는 노인빈곤율은 43.2%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4.8%의 약 3배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득이 가장 적은 1분위(하위 20%) 가구주의 평균 연령은 60.9세로 고령층이 대부분이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인 공공 일자리는 근로의 지속성이 떨어지고 소득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며 “질 좋은 일자리를 공급하는 것뿐만 아니라 연금 제도 개혁을 통한 노후 보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