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세뱃돈은 옛말… “요즘 애들은 주식선물 받아요”

입력 2022-02-01 12:00 수정 2022-02-01 12:00
27일 오전 광주 북구청 직장어린이집에서 원생들이 민족의 대명절인 설을 닷새 앞두고, 한복을 차려입고 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56)씨는 올해 ‘세뱃돈 대신’이라며 10살짜리 딸의 주식 계좌에 삼성전자 주식을 선물할 예정이다. 박씨는 “자녀에게 경제관념도 가르치고 미래 시세차익도 노려볼 겸 하는 목적으로 올해 설날에는 주식을 선물하기로 했다”며 “용돈·세뱃돈 대신 꾸준히 주식을 모아주면 딸이 성인이 됐을 때 제법 큰 자산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빳빳한 신권 지폐를 봉투에 넣어 선물하는 ‘세뱃돈 문화’도 이제 차츰 옛말이 돼가고 있다. 주식투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며 세뱃돈 대신 주식을 선물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는 탓이다. 팬데믹을 거치며 현금 가치가 하락하고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려야 한다’는 인식이 급속도로 확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10개 증권사(대신·미래에셋·유안타·삼성·신한·키움·하나·KB·NH증권)에서 개설된 미성년자 주식계좌는 지난해 8월 이미 116만2605건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만개를 넘어섰다.

그렇다면 국내 증권사들은 미성년자 자녀에게 사주면 좋을 주식으로 어떤 종목을 추천했을까.

국내 증권사 다수는 삼성전자를 1순위 매수 종목으로 추천했다. NH투자증권은 “메모리 반도체는 IT(정보통신) 분야의 핵심적인 중간재로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면에서는 비메모리 사업 분야의 약진도 기대되고, 파운드리·머신러닝·사물인터넷(IOT) 관련 수요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도 “반도체 공급망 이슈가 발목을 잡고 있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글로벌 수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펀데멘탈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도 추천 대상에 올랐다. 빅테크에 대한 국내외 규제가 강화되고 글로벌 증시가 휘청거리며 주가가 상당히 빠졌지만, 국내 1위 포털 업체라는 강점과 유통 부문에서의 약진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네이버의 공격적인 쇼핑부문 확대 전략, 광고매출 상승에 주목해야 한다”며 “전통적인 쇼핑 산업뿐만 아니라 제페토, 크림 등 신사업 쇼핑 부문에서 점유율을 올리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해외주식의 경우에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을 추천하는 전문가들이 다수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애플에 대해 “스마트 디바이스를 넘어 전기차 등 새로운 사업 확장 가능성으로 꾸준한 성장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 같이 세뱃돈 대신 주식을 자녀에게 선물하는 이유는 높은 수익률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군것질 등으로 금방 써버리기 일쑤인 세뱃돈 대신 주식을 꾸준히 사준다면 향후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상당한 시세차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자녀에게 직접 주식 구매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다면 ‘주식 상품권’을 선물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스타벅스, 넷플릭스, 애플 등 인기 해외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소액 주식 상품권을 판매 중이다. 가령 스타벅스는 4100원, 넷플릭스는 1만2000원만 지불하면 해당 금액에 맞는 주식이 전달된다. 키움증권과 하나금융투자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다만 고액의 주식을 자녀에게 선물할 경우 세금에 유의해야 한다. 현행 세법은 미성년 자녀에게 증여세 없이 주식을 증여할 수 있는 상한선을 10년간 20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1살 때부터 주식 증여를 시작한다면 1살부터 10살까지 2000만원을, 10살부터 20살까지 2000만원을 증여해 총 4000만원까지만 증여세 없이 주식을 선물할 수 있는 셈이다.

자녀에게 선물한 주식을 매매해 수익을 내고 그 수익으로 재투자를 하는 경우 세금 계산이 복잡해질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7만원을 주고 선물한 삼성전자 주식이 10년 뒤 20만원이 된다 해도 차익에 따른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주식을 사고팔며 얻은 수익을 다시 다른 주식에 투자해 수익을 낸 경우 과세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