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간 양자 토론이 무산됐다.
양 후보 측은 ‘토론자료 반입’ 여부를 두고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면서 토론 무산의 책임을 상대방에 떠넘기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양자 토론을 열기로 했던 31일 오전까지 토론자료 반입을 여부를 두고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한민국의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나온 후보가 보좌진이 써 준 모범답안 없이는 국정이나 정책에 대해 토론할 능력이 없다니 참으로 딱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께서 바라는 후보는 남이 적어준 답변대로 말하는 후보, 짜여진 시나리오에 따라 연기하는 후보가 아닐 것”이라며 ‘자료 없는 토론’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은 윤 후보 측의 자료반입 요구를 네거티브 토론을 하려는 속셈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자료를 보고 하냐 마냐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온갖 네거티브 자료를 갖고 들어와 정책 토론을 불가능하게 하고 네거티브 공방만 벌이겠다는 국민의힘 속셈이 너무 뻔히 보인다”고 말했다.
그간 토론에서 매우 강한 모습을 보였던 이 후보의 강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아직 공개토론이 익숙지 않은 윤 후보에게서 실수를 끌어내려면 자료 없이 토론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게 이 후보 측의 계산이다.
국민의힘은 자료 없는 토론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서 물러서지 않았다.
국민의힘 토론협상단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도대체 자료 없이 하는 후보 토론이 전례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국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 검증을 회피하기 위해 이번 양자토론을 거부하려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관련 규정을 언급하며 이 후보 측 요구가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후보자 토론회 관리 규정 제9조에는 ‘토론자는 토론회에 A3 용지 규격 이내의 서류·도표·그림·그밖의 참고자료를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성 의원은 “규정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이 후보가 무슨 명분으로 막겠다는 것인가”라고 몰아세웠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재판을 할 때 판사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증거밖에 없다”며 “토론회는 국민이 재판관이 돼 누가 잘하는지, 누가 옳은지를 판단하는 자리인데 그 자리에 자료를 지참할 수 없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양자 토론을 반대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양 후보를 모두 비판했다.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철야 농성 중인 안 후보는 “결국 기득권 양당의 편법 담합 토론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이어 “비전과 대안을 설명하기보다 서로의 약점과 허점만을 노려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했다”고 양 후보를 직격했다.
안 후보는 ‘무자료 4자 토론’을 제안했다.
양자 토론에 반대하며 전날 철야 농성을 벌인 심 후보는 국회 의원회관 앞 농성장에서 연 대선전략위 회의에서 “양당 기득권 담합 토론이 이전투구로 불투명해졌다”며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할 불공정하고 부당한 시도였다”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양자 토론은) 나쁜 후보 간 덜 나쁜 경쟁으로 권력을 잡겠다는, 한마디로 국민을 우습게 보는 꼼수”라며 “2월3일 방송3사 주관 4자 토론으로 진검승부를 시작하자”고 주장했다.
정현수 이가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