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30일 “지금 이 시각부터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두 기득권 정당 후보들의 편법 부당한 양자 담합 토론을 규탄하며 철야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간 양자토론이 진행될 경우, 대선 양자구도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안 후보가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법원이 양자 담합 토론에 대해 부당성을 지적하며 중단을 명령했으면, 즉각 중단하고 국민께 사과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 판결에 따라 방송사가 양자 토론을 접고 4자 토론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후보는 4자 토론을 제쳐두고 기필코 편법 양자 토론을 먼저 고집했다”며 “이번 대통령선거가 두 사람 간의 대결이라는 착시현상을 유권자들에게 심기 위한 술수다.
이는 명백하게 국민의 알권리를 차단하는 기득권 간의 야합이고 담합”이라고 거대 양당을 직격했다.
당초 설 연휴 기간 중 이 후보와 윤 후보 양자 TV토론이 추진됐다. 그러나 안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양자 TV토론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자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방송 불가 결정을 내렸다.
이에 이 후보와 윤 후보 측은 진통 끝에 31일 앙쟈토론 개최에 합의했다. 또 2월 4일 이 후보, 윤 후보, 안 후보, 심 후보가 모두 참석하는 4자 TV토론을 열기로 했다. 그러나 이 후보와 윤 후보 측은 양자토론을 개최하기로 한 31일을 하루 남긴 이날 현재까지 토론 방식 및 주제 등을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안 후보는 또 “설 전에 양자 토론은 누가 봐도 4자 토론 김 빼기용”이라며 “설 전의 대목장에 두 후보가 장사 다 하고, 다른 후보들은 손님들 빠져나간 명절 뒤에 장사하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두 당의 편법 양자 담합 토론을 강력해 규탄하면서, 이 나라가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걱정하시는 국민의 뜻을 모아 저항의 농성을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가 양자토론에 강력 반발하는 건 눈앞으로 다가온 대선이 양자구도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와 윤 후보 간 토론 대결에 관심이 몰리고 양자구도가 공고해지면 정권교체 지지자들의 표심이 윤 후보로 쏠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안 후보 지지율이 두 자릿수를 돌파한 후 하락세를 맞으면서 안 후보가 더욱더 절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철야농성’ 같은 카드를 통해 안 후보가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향후 단일화 국면에서 주도권도 윤 후보 측에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