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거리미사일 쐈다…文 평화프로세스 ‘물거품’ 위기

입력 2022-01-30 13:45
문재인 대통령이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8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코로나19 방역·의료 상황을 점검한뒤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현장 의료진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직접 상황관리에 나섰다.

문 대통령이 1년 만에 NSC 전체회의 주재에 나선 건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로 북한이 ‘레드라인’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최대 치적이었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중대한 난관에 봉착했지만, 임기 말인 만큼 묘수가 없다는 게 여권 내부의 고민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발사 직후 NSC 긴급 전체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이 그동안 대화 의지를 표명하면서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 선언을 지켜왔는데,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라면 모라토리엄 선언을 파기하는 근처까지 다가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직접 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건 지난해 1월 21일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회의한 데 이어 약 1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또 “2017년도에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서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로 이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단거리미사일을 넘어 중거리탄도미사일로 도발수위를 높이면서 ‘레드라인’에 근접하자 위기감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서 북한에 ‘선을 넘지 말라’는 메시지를 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부터 시작된 평화국면 이후 최대 도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가능성을 시사했던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철회 문턱까지 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취임 100일 회견에서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을 ‘레드라인’으로 규정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는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평화정책의 성과를 최대 치적으로 꼽아왔다. 만약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깨고 ‘레드라인’을 넘어버린다면 이 같은 치적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작동 이전으로 사실상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 추진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고 ‘레드라인’을 넘어도 임기 말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게 여권의 현실적 고민이다.


북한은 이날 오전 중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전 7시 52분경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 동해상으로 고각으로 발사된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800㎞, 고도는 약 2000㎞로 탐지됐으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다. 정부는 이날 발사된 미사일을 중거리탄도미사일로 보고, 극초음속 활공체 시험발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해 들어 7번째 북한의 미사일 무력시위다. 북한은 지난 5일과 11일 자강도 일대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탄도미사일을 연속 발사했고, 14일에는 평안북도 의주 일대 철로 위 열차에서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쐈다.

이어 17일에는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KN-24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 25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2발, 27일 탄두 개량형 KN-23으로 추정되는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각각 발사한 바 있다. 북한이 한 달에 일곱 차례나 미사일을 쏜 건 2011년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2017년 5월 14일 북한이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2’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시 북한 매체들은 “(미사일이) 최대정점 고도 2111.5㎞까지 상승비행해 거리 787㎞ 공해상의 설정된 목표 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설명했다.

중거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2017년 7월 4일 화성 14호(1만㎞), 11월 29일 화성 15호(1만 3000㎞)를 각각 시험 발사했다.

정부 당국은 북한에 대한 규탄 입장을 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NSC 상임위 회의에서 상임위원들은 “오늘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에 대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해결 요구와 유엔안보리 결의에 대한 도전으로서 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고 지역 정세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함과 함께 모라토리엄을 유지하고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의 길로 조속히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