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의 시간이 다가왔다…전문가가 본 대선후보 ‘말투’

입력 2022-01-30 09:32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뉴시스

대선이 다가오면서 국민의 이목이 후보들의 ‘말’에 쏠리고 있다. 어떤 말은 지지율 반등의 계기가 되고, 어떤 말은 호감도 하락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후보들이 전문가의 도움까지 얻어가며 같은 말이라도 잘 전달하려 노력하는 이유다.

본격적인 대선 토론회를 앞두고 각 후보 캠프는 토론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언어학자가 평가한 대선 후보들의 ‘말투’는 몇 점일까.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발화 습관을 분석했다. 신 교수는 그 결과를 지난 18일과 2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설명했다.

신 교수는 정확한 비교를 위해 네 후보가 동일 조건에서 발언한 자리를 찾아봤지만 없었다고 전제했다. 대신 이 후보와 윤 후보는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를, 안 후보와 심 후보는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재명, 승부욕 강한 말하기…데이터·지식으로 상대 압도하려 해”

신 교수는 먼저 이 후보에 대해 “(전체적으로) 승부욕이 좀 강한 말하기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기자의 질문 내용이 틀렸다면서 이를 정정하는 이 후보의 발언을 거론하며 “(이 후보가) 데이터나 지식으로 상대를 압도하려고 하는 게 보이더라. 그런데 말투를 조금만 바꾸면 같은 내용도 훨씬 부드럽게 들릴 수가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5일 오후 '매타버스 구리, 민심속으로!' 일정을 위해 경기도 구리시 구리전통시장을 방문해 구리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구리=최종학 선임기자 choijh@kmib.co.kr

이 후보가 말을 빨리하는 편이라는 지적도 내놨다. 신 교수는 “(이 후보는) 조음(造音)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일반적인 사람은 초당 5.4 음절을 말하는데 (이 후보는) 초당 7.2 음절 정도를 말한다”며 “휴지(말하기를 멈추고 쉬는 시간)도 많이 갖기 때문에 전달력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듣는 이들이) 약간 공격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천천히 말하면 훨씬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 후보는 발언의 핵심을 잘 간추려 말한다고도 했다. 신 교수는 “(이 후보가)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이 네 후보 중에서 가장 짧았다. 평균 67초 정도였다”며 “다른 후보자들은 평균 100초가 넘었다. 전체적으로 핵심을 잘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열의 말, 길고 장황한 느낌…감정적·선동적 특징도”

윤 후보에 대해선 “전체적으로 약간 길고 장황하게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총평했다. 짧고 간결하게 말하는 이 후보와 정반대라는 설명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선대본부 글로벌비전위원회 주최로 열린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정책 토론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어 “(윤 후보는) 약간 감정적이고 선동적인 말하기를 한다. 이게 이 후보와 굉장히 다른 점”이라며 이 같은 발화 습관이 지지자들의 감정을 고양시킬 순 있지만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의 말하는 속도는 느린 편이고 말하는 중간 멈추는 시간이 긴 편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전체 대화에서 휴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일반적인 사람들은 20% 내외인데, 윤 후보의 경우 28.7%다. 휴지가 굉장히 잦고 긴 휴지를 쓴다”며 “(말을) 의식적으로 조금 더 속도감 있게 하셨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안철수, 10년 전과 말투 많이 달라…긴장한 느낌"

안 후보의 말하기 습관에 대해선 본래의 말투를 바꾸려다 부자연스러워진 듯하다고 했다.

신 교수는 “(과거 발언을 들어보면) 10년 전에는 말 속도도 빠르고 자연스럽다. 그러나 음높이가 높고 약간 유약해 보이는 느낌을 준다. 그걸 의식해서 더 강하게 보이겠다(며 코치를 받은 듯하다)”며 “(변화를 위해선) 좀 더 깊이 있는 분석과 피드백이 필요한데 조금 부자연스럽게 안착이 된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1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 후보는 말할 때 긴장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고 했다. 신 교수는 “자기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준비된 것과 준비되지 않은 것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며 “그래서 긴장을 많이 하시고 당황을 많이 하시더라”고 평가했다.

"심상정, 말에서 열정 느껴져…훈련 잘 받았다"

심 후보에 대해선 “공적 말하기를 잘 훈련받으신 분”이라는 총평을 내놨다.

신 교수는 “전반적으로 말투에서 열정이 느껴진다. 좋은 말하기를 가지고 있다”며 “대체로 들어온 질문에 대해 정확하게 답한다. 또 자신이 모르는 게 있다고 하면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보완을 하겠다든지, 어물어물 넘어가지 않고 정확하게 답변하는 모습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사)한국지역언론인클럽 초청 토론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다만 심 후보는 말할 때 ‘스읍’ 하는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를 자주 낸다며 이를 고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한국 사람들은 숨을 들어마시는 소리를 일종의 기능으로 쓴다. ‘내가 지금 말하고 싶다, 앞으로 말할 거다’라는 신호”라며 “다른 사람들도 쓰지만 유난히 심 후보가 많이 쓰고 소리가 크기 때문에 유의를 하면 어떨까”라고 조언했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