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업 가리지 않아요” 단점·리스크 콕 짚은 리포트 나온다

입력 2022-01-30 06:00
박기현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장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IR협의회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IR협의회 제공

중소형 상장사는 대기업에 비해 투자 리스크가 크고 정보가 없다. 관련 기사나 분석 리포트가 부족해 기업의 단점과 리스크를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시가총액이 작기에 주가가 큰 폭으로 출렁이는 일도 빈번하다. 개미들이 근거 없는 풍문이나 주변의 추천에 의지해 ‘묻지마 투자’를 하는 이유다.

이들을 위해 시총 5000억 미만 기업의 장단점, 위험 요인 등을 있는 그대로 담은 기업 리포트가 나온다. 올해 초 설립된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의 박기현 센터장과 키움·대신증권 등 출신 연구원 9명이 발간을 담당한다. 기존 민간 리포트와 가장 다른 점은 객관성과 솔직함이다. 센터는 연내 200여개 보고서의 자체 생산·배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분석 기업의 장점뿐 아니라 단점과 리스크까지 모두 보여주겠다”며 “비영리법인 소속이라는 강점을 살려 객관적이고 투명한 리포트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리포트의 내용과 형식도 개인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추겠다고 공언했다. 박 센터장과는 지난 24일과 28일 두 차례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업리서치센터는 시총 5000억원 미만 중소형 상장사에 대한 리포트를 전문적으로 발간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 6일 설립됐다. 시장에 배포되는 리포트가 지나치게 대형주에 집중돼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한국거래소·예탁결제원·증권금융이 공동 출연했다. 비영리사단법인인 IR협의회 소속으로 리포트는 무상으로 투자자들에게 제공한다.

증권사의 기존 ‘스몰캡’(중소형주) 보고서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거리두기로 담보된 객관성이다. 박 센터장은 “(회사·기관의) 돈을 받고 나오는 일반적인 리포트는 기업의 단점을 잘 부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특정 기업이나 기관에 소속되지 않아 중립적으로 리포트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가 좁아 유망한 기업만 다룰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회사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짚겠다고 했다. 수익을 내기 위해 기관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민간 증권사와 달리 온전히 기업 분석과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중소형주를 분석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강한 변동성이다. 대개 사업 범위가 좁고 안정적이지 않아 매출·수익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 주가의 변동성을 고려해 센터의 리포트는 무리하게 목표주가와 매수·매도의견을 담지 않는다. 하지만 투자의 기준이 될 기업의 연간 이익, 추정 실적 같은 지표에 대해 분명한 근거를 갖춰 제시할 계획이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 긴축으로 국내외 증시가 급락하면서 중소형주 투자자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기업이 주로 현재 실적보다 미래 성장세에 의존하는 터라 금리 인상은 주가에 치명적이다. 박 센터장은 “지금까지 모든 종목이 상승했다면 이제부터는 중소형주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며 “당장 실적이 없어도 매출이 오르면 결국 이익도 수반될 수밖에 없다. 매출 성장세를 체크해보라”고 조언했다.

개미의 투자에 도움을 주는 것이 센터의 목표인 만큼 리포트도 개인의 눈높이에 맞춰 쓴다. 기존의 리포트는 기관 투자자들을 위해 쓰였기에 어려운 용어가 많았다. 박 센터장은 “투자 용어를 최대한 쉽게 풀어 쓰고, 리포트 양식도 한눈에 들어올 수 있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나 포털, 유튜브 등을 통해 적극 배포해 개인 투자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센터의 첫 번째 리포트는 오는 3월 발간될 예정이다.

박 센터장은 “주식은 사긴 쉽지만 팔긴 어렵다”며 “공부하지 않으면 매도 시점을 모른다. 여러 리포트를 찾아보며 자신만의 밸류에이션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어느 정도 하락하면 매도하는 ‘로스 컷’을 정해두라”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