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수 목사와 딸 에스더씨 “새해엔 묵상하세요”

입력 2022-01-30 08:00
임영수 목사와 딸 임에스더씨가 지난 26일 경기도 양평 모새골 채플에 있는 오르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경기도 양평 모새골에는 26일 짙은 안개가 내려앉아 있었다. 개신교에서는 낯선 피정을 위한 공간인 이곳을 감싼 안개는 오히려 경건함을 더하는 듯했다. 예배당은 나지막한 언덕 끝에 있었다. 한참 걸어 오르자 오르간 연주가 들리기 시작했다. 예배당 안에서 흘러나오는 연주는 찬송가 425장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였다. 묵직하면서도 날렵한 소리를 내는 건반을 번갈아 누르며 빚어내는 화음이 안개를 타고 넘었다. 오르가니스트 임에스더(42)씨가 연주를 마치자 뒤에 서 있던 임영수(83) 목사가 딸의 어깨를 두드리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날 아버지와 딸은 신앙인의 묵상 생활에 관해 이야기했다. 임 목사는 “코로나 3년 차에 접어들며 모두가 지쳤는데 새해에는 복음을 통해 영성을 회복하라”며 새해 인사를 건넸다.

서울 남대문교회와 영락교회, 주님의교회 담임목사를 지낸 임 목사는 2003년 ‘모두 새로워지는 골짜기’라는 의미를 지닌 모새골을 설립한 뒤 구도자의 삶을 살고 있다. 최근 부녀는 ‘동경의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르비빔)라는 제목의 묵상집을 냈다. 오르간 연주를 들으면서 묵상을 할 수 있도록 편집한 책이다. 연주는 책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들을 수 있다.

묵상하는 삶을 사는 임 목사가 묵상집을 낸 건 일면 당연한 일처럼 보였지만 딸이 연주를 통해 묵상집에 참여한 건 의외였다. 임씨는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고 잠시 고민했지만, 아버지의 글이 ‘젊은 옷’을 입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정했다”며 “책이 나온 뒤 젊은 분들도 좋아해 줘서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묵상의 사전적 의미는 “눈을 감고 말없이 마음속으로 생각한다”이다. 홀로 하는 일이다 보니 잡념과 싸움이 성숙한 묵상을 위한 첩경과도 같다.

임 목사는 “묵상의 출발은 깊은숨 쉬기에서 시작하는데 이는 어린아이들이 숨 쉴 때 배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며 “현대인들이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가슴으로 얕은 숨을 쉬는데 인간은 본래 배로 깊은숨을 쉬도록 설계돼 있다”고 했다. 그는 “깊은숨은 잡념도 극복하도록 돕는다”며 “흐트러지지 않고 묵상의 길을 걷기 위해 가장 필요한 준비”라고 소개했다.

묵상하는 아버지를 보며 자란 딸에게 묵상의 의미를 물었다. 임씨는 “아버지의 삶을 보고 묵상을 훈련하며 다정하신 하나님을 알게 됐다”면서 “힘든 일이 생겨도 다정한 하나님을 생각하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영원한 실재’라는 개념을 설명했는데 이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의미했다.

그는 “코로나가 인간에게 영원한 실재에 대한 목마름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 같다”며 “이와 동시에 그동안 누렸던 것들의 무의미성을 깨닫게 하고 복음의 본질로 향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 무너지고 없어져도 굳건히 남아 있는 건 바로 우리 존재의 기반인 하나님”이라며 “새해, 모든 성도가 묵상을 통해 하나님의 실재하심을 체험하자”고 권했다.

‘회기보다 회복’에 방점을 찍으라고도 말했다. 그는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에 감춰진 비밀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지 이미 지난 것에 미련을 두고 과거로 돌아가려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며 “바울도 빌립보서에서 푯대를 향하고 하나님이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해 달려가라 권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살아계신 하나님이 역사하고 계신 만큼 코로나 때문에 교회가 없어질 리는 절대 없고 대신 낡은 제도와 관습, 세속화를 소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녀는 묵상과 오르간 연주가 어우러진 사순절 묵상집도 만들고 있다.

임 목사는 “말씀을 묵상하는 건 하나님이 전하는 메시지를 내면화하고 체화하는 데 무척 유익하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이런 이유로 사순절 묵상집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양평=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