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조선인 징용’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입력 2022-01-28 15:27 수정 2022-01-28 15:40
사도 광산 유적 중 하나인 도유(道遊)갱 내부의 모습. 교도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할 방침을 굳혔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우리 측 반발에도 집권당이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 결집을 노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NHK는 28일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하는 정부는 니가타현이 요청한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에 추천한다는 방침을 굳혔다”며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날 저녁 이런 방침을 정식으로 표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교도통신과 산케이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이날 오후 외무상 및 문부과학상과 협의해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추천 여부를 최종 결정하고 기자들에게 추천 이유 등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노역 피해 현장’이라는 우리 정부의 반발에도 사도 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본 문화청 문화심의회는 지난달 28일 사도 광산을 세계문화유산 추천 후보로 선정한 이후 외무성과 문부과학성 등 관계 부처들이 공식 추천 여부를 협의해왔다.

일본 정부의 세계유산 추천 절차는 문화심의회 추천 후보 선정, 세계유산조약 관계 부처 연락 회의 결정, 각의(우리의 국무회의 격) 승인 순으로 이뤄진다. 일본 정부는 다음 달 1일 열리는 각의에서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추천을 승인한 뒤 곧바로 신청서를 유네스코 측에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5일 도쿄에서 열린 기업인 신년 하례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의 등재 움직임에 즉각 반발했지만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은 사도 광산에 조선인이 징용됐다는 지적에 “근거가 없고 부당한 것이다. 극히 유감이다”고 발끈했다.

일본 내에선 등재를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로부터 퇴짜를 맞을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내년 재논의 여론이 일기도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는 한국의 주장을 부정하고 있으나 한국은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일본이 추천 결정을 할 경우 정치 문제화 할 우려가 있어 외무성 등이 추천에 소극적이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집권당인 자민당 내 압박이 거셌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올해) 여름의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내에서는 추천하지 않으면 보수층의 지지가 떠날 수 있다는 경계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일본 보수진영에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아베 신조 전 총리는 SNS를 통해 힘을 보탰다. 그는 “신중론을 전개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같은 논리다. ‘한국의 반응’ ‘반론 준비’ ‘미국의 반응’”이라며 “사도 광산에 대한 한국의 주장은 완전히 무관한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사도 광산은 에도시대부터 유명한 금광이었다. 태평양전쟁 당시 조선인이 강제노역하며 구리, 철 등 전쟁물자를 확보하는 데 동원됐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