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사고 감리자 요구 묵살됐나

입력 2022-01-28 12:51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감리자들이 현대산업개발(현산)에 공법 변경을 문제 삼았던 정황이 드러났다. 붕괴사고를 촉발한 201동 39층 슬래브 공법을 신중히 변경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묵살됐다는 것이다.

28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에 따르면 전날 건축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한 감리 2명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감리 A씨 등은 경찰 조사과정에서 “구조물 하중을 떠받치는 201동 37층~38층의 동바리(지지대) 제거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일부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붕괴사고 현장에서 드러난 동바리 제거를 감리자로서 사전에 막지 못하고 확인하지 않은 책임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 등은 “붕괴사고가 시작된 39층 슬래브 공법 변경에 대한 구조검토 요청을 했으나 현산 측이 무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현산과 철근콘크리트 하청업체는 39층 슬래브 타설 공법을 재래식 거푸집 설치 방식에서 지지대 설치를 최소화하는 '데크 플레이트'(이하 데크)를 공법(무지보 공법)으로 변경했다.

A씨 등은 데크 플레이트 공법이 설계변경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구조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현산 측에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철근 없는 콘크리트 역보의 무단 설치와 동바리 조기 철거를 붕괴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아온 경찰은 이에 따라 감리의 구조검토 요청을 현산이 실제 묵살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원청의 과실을 입증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현산 관계자들은 지난 26일 경찰 소환조사에서 “하청사가 임의로 동바리를 제거하고 역보를 무단으로 설치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이날 현산 측 전·현직 현장소장과 하청업체 현장소장을 다시 불러 그동안 기초조사와 수사 결과를 토대로 과실 여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경찰이 현재까지 입건한 총 11명 중 현산 관계자는 현장소장, 공사부장, 안전관리 책임자급 직원 4명을 포함한 6명이다.

불법 재하도급 의혹으로 전날 소환 조사하려던 하청업체 대표는 방어권 확보를 위한 변호사 선임 등이 되지 않아 소환 일정이 잠정 연기됐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39층 공법 변경이 설계 변경·구조 검토를 다시 거쳐야 할 사항인지 검증하고 있다“며 ”엇갈리는 원·하청사 직원들의 진술을 비교 분석해 철저히 사고원인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