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부자’에 눈독 들이는 초대형 은행들… UBS, 美로봇자문사 1.7조원에 인수

입력 2022-01-30 11:00
1976년 UBS 직원들이 은행 금고에서 일하는 모습.

오랫동안 ‘슈퍼리치’만 상대해온 초대형 은행들이 ‘돈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젊은 부자’를 위한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스위스 소재 글로벌 금융그룹 UBS가 미국 대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웰스프론트를 14억 달러(약 1조685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고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사례는 전통적으로 돈 많은 엘리트 계층에 서비스를 제공해온 보수적 금융기관들이 젊은 고객 유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통신은 평가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인 로보어드바이저는 거의 전적으로 젊은 고객을 겨냥한 영업 수단이다.

블룸버그는 “MZ세대 투자자들은 빠르고 디지털화한 자문과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쉽게 맞춤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원한다”며 “그들은 자금 관리를 위해 종종 사람보다 알고리즘을 더 신뢰하고 주식에서 암호화폐, 옵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초대형 금융사가 백만장자나 억만장자가 아닌 젊은 고객을 붙들려는 이유는 그들이 앞으로 오랜 기간 함께할 잠재적 슈퍼리치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소속 연구기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에릭 발추나스 애널리스트는 “당신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젊은 투자자를 확보한다면 그들이 향후 50년 동안의 고객”이라며 “이게 이 시장에 발을 들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UBS의 웰스프론트 인수에 대해서는 “자문 세계 전체가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전조”라고 해설했다.

통신은 “UBS는 이번 인수로 젊은 투자자들의 ‘미래의 부’를 더 잘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이들에게 이전되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이 사상 최대 규모 자산 이전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고 해설했다.

로보어드바이저 분야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판을 깔아준 주식·코인 열풍과 함께 더욱 급성장했다. 로보어드바이저 분석 전문기관 ‘백엔드 벤치마킹’은 2020년 말 로보어드바이저가 관리한 자금 규모가 7850억 달러(약 944조7500억원)라고 집계했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와 상위권 자산운용사 찰스슈왑은 이미 로보어드바이저 분야 주요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UBS가 1세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격인 웰스프론트를 인수한 것은 선두주자들과의 거리를 가급적 빠르게 좁히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모건스탠리 등의 경쟁사이자 매머드급 은행인 UBS가 로보어드바이저 분야에 진출한 사실을 흥미로워하는 모습이다. 미국 금융서비스회사 모닝스타의 패스브전략연구 부문 글로벌 책임자 벤 존슨은 UBS가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고객들 사이에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간극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UBS가 그동안 고객 수만명을 만족시킨 플랫폼과 기술로 대중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UBS가 25만~200만 달러를 보유한 이들을 고객층으로 삼는 것과 달리 웰스프론트에 투자 계좌를 개설하는 데는 500달러만 있으면 된다. ‘여전히 부유하지만 엄청 부유하지는 않은’ 이들은 그동안 은행이 의미 있게 활용하지 못한 시장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발추나스는 “자문 분야가 점점 더 디지털화하고 저렴해지고 있다”며 “그게 젊은이가 구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