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저기도 신호 위반!’ 경찰 암행 단속차량에 탔다

입력 2022-01-30 00:10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 교통단속에 나선 경찰이 교통법규를 위반한 배달라이더에게 위반 사실을 고지하며 범칙금을 부과하고 있다. 김승연 기자

지난 24일 오후 3시쯤. 서울 송파구 잠실삼거리의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왔지만 한 오토바이가 튀어나가듯 편도 5차로 도로를 질주했다. 이때 회색 소나타 차량 한 대가 천천히 주행하다 속도를 내 오토바이를 바짝 뒤쫓았다. 확성기에서는 “OOOO 차량 길가에 차 세우세요”라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정복을 입은 두 명의 경찰관이 내려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면허증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서울경찰청에서 도입한 ‘암행순찰차’였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신호가 있는지 정말 못 봤다”며 고의로 신호 위반을 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운전대에 달린 스마트폰 두 대에는 배달앱으로 배정 받은 주소지가 빼곡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운전자에게 범칙금 4만원과 벌점 15점을 부과했다. 대대적 단속 작전을 위해 송파구로 파견 나온 서울 마포경찰서 유병섭 경위는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경우 순찰차 단속에 걸리면 절반은 도주하는데, 암행순찰차로 다가가 세우면 90% 정도는 정지한다”고 말했다.

암행순찰차는 도로에서 차량 사이로 주행을 하면 일반 차량과 비슷해 구분이 어렵다. 차량 탑승을 위해 가까이 다가서니 그제서야 차량 보닛과 운전석·조수석 차문 3곳에 부착된 경찰 마크가 눈에 띄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단속의 눈이 없는 줄 알고 교통법규를 위반했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일반 순찰차보다 많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히 적발을 위해서가 아니라 운전자와 보행자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단속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암행 순찰을 위한 목적인 만큼 경찰 마크를 아예 숨길 순 없을까. 경찰 관계자는 “이 정도 정보도 드러내지 않고 암행 교통단속을 진행하면 시민들 반감이 클 수밖에 없어 완전히 정체를 숨기지는 않는다”며 “사복이 아닌 경찰 정복을 입고 단속에 나서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 교통단속에 나선 경찰 암행순찰차. 김승연 기자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송파구 잠실새내역에서 학원 사거리 구간을 두루 누비며 교통법규 위반 집중 단속에 나섰다. 서울에 단 한 대 밖에 없는 암행차량이지만 단속 시작 1시간만에 교통법규 위반 사례 4건이 적발됐다. 이번 단속에만 경찰관 960명, 사이카 30대, 암행차 1대가 투입됐다.

경찰이 암행순찰차까지 동원해 대대적 단속에 나선 이유는 겨울철 보행자 교통사고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해마다 1~2월 보행자 사고가 다른 달에 비해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조종진 서울경찰청 교통안전계 단속반장은 “처음에는 고속도로 얌체 운전을 잡기 위해 암행순찰차가 도입됐지만 최근 배달 플랫폼 기사들의 교통법규 위반 사례가 많아지다 보니 일반 도로 단속 현장까지 투입하게 됐다”며 “현재는 서울 전역에 1대 뿐이지만 앞으로 5대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설 연휴를 포함해 다음달 말까지 가용 인력과 장비를 최대로 동원해 교통법규 위반 집중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