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지금까지 온전한 대통령이 하나도 없다. 역대 모든 대통령이 쫓겨나고, 총에 맞고, 감옥에 갔다. 민주화 이후로도 그렇다. 본인 아니면 가족과 측근이 감옥에 가고,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탄핵받아 물러났다.”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킹메이커, 김종인(82)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21세기북스)라는 책을 냈다. 지난 달 27일 출간된 이 책은 “왜 우리는 유독 실패한 대통령만 줄지어 뽑아왔던 걸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이런 대통령제는 제발 끝내자”는 주장으로 마무리된다.
김 전 위원장은 먼저 자신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2020년 21대 총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만들어진 야당 비상대책위,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복기한다. 그러면서 “국민은 변화를 추구하고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정당에게 마음을 주는 법”이라며 “재삼 강조하지만 변화를 추구하는 정치여야 한다”고 말했다.
2부 ‘내가 만난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 책의 핵심부에 해당한다. 초대 이승만부터 현직 문재인까지 대한민국 대통령 12명을 차례로 평가한다. 마지막 3부에는 ‘대통령에게 건네는 6가지 조언’을 정리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승만을 ‘건국의 공로를 스스로 무너뜨린 대통령’으로, 박정희를 ‘경제 발전의 성과에 스스로 무너진 대통령’으로, 전두환을 ‘정의를 내세웠으나 정의롭지 못한 대통령’으로 평가했다. 또 김대중은 ‘위기를 기회로 살리지 못한 평범한 대통령’, 노무현은 ‘국민의 기대가 커서 실망도 컸던 대통령’, 박근혜는 ‘문고리에 휘둘린 식물 대통령’이라고 썼다.
문재인에게는 ‘촛불을 이용하고 촛불을 배반한 대통령’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김 전 위원장은
3권분립 훼손을 문 정부의 최대 과오로 꼽았고 인사 실패, 탈원전 정책, 소득주도성장 등도 문제로 지적했다. 또 문 정부 들어 불균형이 심화됐고 노동개혁이나 연금개혁 등 해야 할 개혁을 미뤘다면서 “지난 대통령을 통틀어 대통령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한심하고 비겁하며 무책임한 행태를 문재인 정부에서 모두 목격했다”고 혹평했다.
김 전 위원장은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나는 대한민국 70년 역사를 거쳐 간 그 열두 명 대통령 시대를 모두 겪고, 만나고, 함께 일하기도 하였다”며 “모든 대통령은 권력에 대한 탐욕이 망가뜨렸다. 시대의 요구와 국민의 요구에 호응한 대통령은 박수를 받았지만 성공은 오래가지 못했으며, 막강한 권력에 취해 허세를 부리다 결국 스스로 무너졌다”고 말했다.
모든 대통령이 실패했다는 김 전 위원장의 얘기는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너머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이제는 정치인들의 밀실 야합이 아니라 국민이 적극적으로 권력구조 개편을 요구해야 한다. 이런 대통령제는 제발 끝내자고 말이다. 최악 중에 최악인 사람들끼리 경쟁하는 대통령 선거도 이젠 끝내자고 말이다… 적자생존, 승자독식의 낡은 시대는 이제 그만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줘야 하지 않겠나.”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