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밝힌 경계 1호 무기는 ‘취미용 드론’

입력 2022-02-01 00:05
이스라엘 방산 기업 스마트 슈터가 개발한 드론 ‘스매시 드래곤’. 빠른 속도로 비행하면서도 안정적인 상태에서 소총을 발사할 수 있다. 스마트 슈터 제공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순방 중이었던 아랍에미리트에서 예멘 반군 소속 공격으로 보이는 테러가 발생했다. 수도 아부다비 국제공항과 인근 석유 시설이 공격당했는데, 사고 지점에서 소형 항공기 드론 부품이 발견됐다.

2014년 친 러시아 성향 분리주의 세력과 정부 간 전쟁이 이어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도 무장 드론이 주요 무기로 사용됐다. 최근엔 멕시코 범죄카르텔이 드론으로 상대 진영을 폭격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현대전(戰)에서 드론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한 군사 전문가는 1차 세계대전 때 게임체인저가 기관총이었다면 현대전에선 무장 드론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기관총이 처음 전장에서 사용됐을 때 군부대는 이에 맞게 전략을 조정해야 했다”며 “오늘날 드론에 위협받는 군대도 그처럼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도 최근 ‘드론으로 인한 죽음: 현대전의 양상을 바꾸는 로봇킬러’라는 제목으로 최근 세계 각지 전장에서 공격용 드론이 사용된 사례를 조명했다. 매체는 1년 넘게 이어지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내전에서도 정부군 쪽으로 판도가 기울어지는 데 중동산 무장 드론이 결정적 변수였다고 전했다.

더타임스는 드론의 작전 반경이 1000㎞이상으로 확장돼 웬만한 단거리 미사일보다 길어졌고 비행고도가 낮아 레이더 탐지가 어렵다는 점도 드론이 현대 분쟁에서 게임체인저가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각지 전장에서 전략적 가치가 입증되자 각국이 이런 드론을 원하기 시작했다. 드론 생산에 뛰어드는 국가도 늘면서 드론을 구하기도 쉬워졌다. 최근엔 중국, 이란, 터키 등이 생산 라인을 확충해 무장 드론을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문제는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정규군뿐 아니라 지역의 소규모 무장 세력도 이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예멘 반군의 아부다비 습격에 사용된 드론이 이란산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미군은 현재 직면한 가장 우려되는 적으로 ‘취미용 드론’을 꼽았다. 케네스 맥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저렴한 드론은 약 15년 전 이라크에서 즉석 폭발 장치가 등장한 이래 미군이 직면한 가장 우려되는 전술적 위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그는 “저가 드론의 발전으로 비정규군, 테러리스트 그룹이 저렴한 비용으로 고가치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게 됐다”며 “지금 당장 월마트에서 드론을 사서 쉽게 무기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SJ은 드론 공격을 방어하려면 현재로선 요격이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지만 요격용 미사일과 드론의 가격을 따져보면 방어하는 측의 전비 손실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고 전했다. 미군이 취미용 드론에 골머리를 썩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매체는 “드론은 공중 공격에 대한 전통적인 방어 수단이 의미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며 “첨단 시스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는 미국에게 특별한 도전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