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8일 앞둔 27일 미국에 “올림픽 방해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일찌감치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미 정부가 최근 중국의 고강도 방역 정책에 불만이 많은 주중 외교관을 불러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미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방해하고 대만 문제를 갖고 불장난하며 각종 반중 소그룹을 만드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미국의 압박은 중국 인민을 더욱 단결시킬뿐 중국이 강대해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왕 부장은 지난해 11월 미·중 화상 정상회담 이후에도 미국의 대중 정책 기조가 달라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당시 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상호 존중, 평화 공존, 협력 상생의 3가지 원칙을 제시했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큰 틀에서 호응했다. 왕 부장은 “바이든 대통령은 신냉전과 중국의 체제 변화, 동맹 강화를 통한 중국 반대, 대만 독립 지지 의사가 없다며 이전 정부와 달리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며 “그러나 미국의 대중 정책은 실질적으로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여전히 중국에 대한 잘못된 언행을 쏟아내며 양국 관계에 새로운 충격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중국 관영 매체는 미 국무부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코로나19 통제 조치 때문에 중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자국 외교관과 그 가족에게 출국을 허용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올림픽을 방해하는 더러운 술수”라고 강하게 반발했었다. 또 미 하원은 최근 미 정부의 대중 경쟁력을 높이고 자국 반도체 업계를 대폭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을 공개했다.
이에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밝힌 입장에 변화가 없다. 미·중간에는 이익이 겹치는 부분도 있고 이견도 있는 만큼 미국은 책임 있는 자세로 이견을 관리하겠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야기한 국제 안보와 경제적 위험을 강조하며 (위험의) 단계적 축소와 외교가 책임 있는 방향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가 공개한 통화 내용은 이게 전부다. 왕이 부장이 언급했다는 올림픽 방해 중단 등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도 블링컨 장관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미 정부 입장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왕 부장은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 협상을 통해 균형 있고 지속가능한 유럽 안보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며 “러시아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가 중시되고 해결돼야 한다”고 러시아 입장을 지지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